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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모든 증언이 충격"…한인 1.5세 에밀리 윤 작가

'일본군 성노예' 시집 출간
재사용 콘돔·매독 치료제 등
피해자의 일상적 불행 담아
일본계 독자들 "수치스럽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93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 김학순 할머니가 성노예 피해 사실을 세계에 알린 1991년에 태어난 한인 1.5세 에밀리 윤(한국명 정민.사진) 시인이 지난해 9월 첫 시집 'A Cruelty Special To Our Species(우리 종족에 대한 잔인함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주제는 일본군 성노예 사건이다. 지난 1일 LA 스카이라이트 북스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그녀를 만났다.

-일본군 성노예 사건을 주제로 한 시집을 쓴 이유는.

"뉴욕대에서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논문으로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그때 일본군 성노예 사건이 계속 나의 주변을 맴돌더라. 그때부터 역사책을 보면서 성노예 사건을 공부해 시로 썼다. 10살 때 캐나다로 이민와 미 동부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시절 만난 미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의 입장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역사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생겼다."

-시집 첫 장의 제목이 '일상적인 불행(An Ordinary Misfortune)'이다.



"시는 '꽉 막힌 기차' 등 일상 생활 묘사로 시작한다. 어느 역사책에서는 그 당시 한국 여성이 성노예로 끌려가던 것도 이처럼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불행이었다고 기술해 있었다. 재사용하던 콘돔과 매독 치료제 등의 시어로 과거를 담담히 돌아봤다. 왜 한국은 과거에 연연하냐는 사소하지만 폭력적인 질문도 곱씹어봤다."

-무엇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무엇이 '더' 충격적일 수 없다. 피해자 증언 하나하나가 충격이었다. 더욱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용기에 감동 받았다."

-진경팽(Jin Kyung-paeng), 강덕경(Kang Duk-kyung) 등 피해자 6명의 실명이 시 제목으로 등장한다.

"피해자의 이름이 시 제목이 된 것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발언한 내용들로 시를 썼기 때문이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분들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증언을 읽고 전부 시로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그 일부를 시집에 담았다. 위안소로 끌려가던 상황, 임신 중 성폭행, 성병 등 구체적인 증언을 시의 언어로 표현했다."

-작은 서점의 강의인데 40명 정도 참석했다.

"독자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해줘 고맙다'고들 했다. 일본계 독자들은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이런 시를 써 줘서 고맙다'고도 말했다. 다만 나는 성노예 역사를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인) 국가주의적으로 보는 것은 아쉽다. 이 문제에 대해 복잡하고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 저의 시를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갔으면 한다."

-본인의 시 '벨 이론(Bell Theory)'에서 영어 습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어떻게 시집까지 냈나.

"10살 때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해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오히려 시를 쓰면서 언어가 풍부해지고 말이 재밌어졌다. 내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시어도 다양하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가령 한국 속담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다 보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긴다. 영어에서 한글로도 마찬가지다. 언어적 예민함과 관찰력이 커진다."

-다음 목표는.

"이번 달 한국 여성 시인 9명의 시 30편을 영어로 번역한 책 'Against Healing(힐링에 반대하다)'이 출간된다. 김혜순, 김이듬 등 한국 여성 시인의 시를 선별해 번역했다. 현재 시카고 대학교에서 한국 문학 연구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데 한국 여성문인에 대해서도 논문을 쓸 예정이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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