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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젖은 텐트 안, 온기는 '휴대용 버너'

LA한인타운 노숙 한인 취재

남가주에 겨울폭풍이 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노숙자들에게 비는 낭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비는 불면의 고통일 뿐이다.  LA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파크 벤치 구석에 침낭을 뒤집어 쓴 노숙자들이 우산을 받쳐든 채 잠에 빠졌다. 김상진 기자

남가주에 겨울폭풍이 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노숙자들에게 비는 낭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비는 불면의 고통일 뿐이다. LA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파크 벤치 구석에 침낭을 뒤집어 쓴 노숙자들이 우산을 받쳐든 채 잠에 빠졌다. 김상진 기자

한파속에 하루 한끼도 못먹어
셸터는 타인종 많아 가기 꺼려
노인아파트 입주 어려워 노숙
'5달러짜리 싸구려 마약' 유혹
기부 필요하나 인식전환 중요


LA 노숙자들이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거센 비바람과 함께 낮기온이 화씨 50도대로 떨어지면서 노숙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본지는 지난 9일 한인타운 노숙자를 돕고 있는 단체 '킵코리아타운(Keep Korea Town)', '코리아타운포올(Ktown For All)'과 동행해 한인타운 노숙자들을 만났다. 12일 현장을 추가 취재했다.

"아줌마. 계세요? 저희 왔어요."

"…왔어요?"



제임스 안 LA한인회 이사(킵코리아타운 소속)가 A교차로 텐트에 있는 한인 노숙자에게 인사를 했다.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 노숙자는 텐트 문을 열면서 생기 없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봉사자들은 기부를 받은 생리대와 칫솔, 치약 등을 건넸다. 텐트 안에는 한인 신문과 빈 물병 대여섯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노숙자가 된 지 1년이 안 됐다는 K씨는 "요즘 추워서 담요를 겹겹이 싸매고 잔다"며 "기부 음식에 의존해 살고 있는데 하루 한 끼도 못 먹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왜 노숙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왜이긴 왜예요. 렌트비 때문이지…"라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노숙자 셸터에 들어가는 것이 낫지 않냐고 묻자 "다른 인종들이 많아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한인 노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타운 B교차로로 이동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1.5세 한인 여성 노숙자는 찬바람이 부는데도 민소매 차림이었다. 텐트 안은 상자를 이용해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그녀는 "집을 나온 지 1년 4개월째다. 정확히 말을 못해주지만 돈 문제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여성에 대해 "대학도 졸업한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새벽 5시에 나가 빈깡통 등 재활용품을 주워오고 쓸만한 옷이 있으면 빨아서 말린 뒤 벼룩시장에 팔고 있다"고 전했다.

4개월 전 거리로 나온 60대 한인 커플도 만났다. 그들은 "폭우 때문에 텐트 바닥이 젖어 며칠 잠을 못 잤다"며 "추워서 밤에 블루스타(휴대용 가스버너)를 켜놓고 잔다"고 말했다.

남성은 "이혼 문제로 재산을 많이 빼앗겨 거리로 나왔다. 노인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해도 1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 할 수 없이 노숙자가 됐다"며 "자녀가 4명이 있지만 다들 살기 바빠 손 내밀 형편도 안된다"고 했다. 마침 함께 사는 한인 여성이 쇼핑 카트에 재활용품을 실고 돌아왔다. 그녀는 "카트 가득히 음료캔을 모으면 20달러쯤 된다. 밤에 나가면 취객들이 버린 재활용품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노숙자 남성은 "우리가 가장 힘든 것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이다. 노숙자들 대부분 선하고 부지런하다. 거처만 없을 뿐이지 재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기간이 지속되면 자포자기 한다. 5달러짜리 싸구려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 집만 있으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안 LA한인회 이사는 "지난해 한인타운 셸터 시위를 겪으며 진짜 현실이 궁금해 노숙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며 "이들에게 기부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이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인식 전환이다. 노숙자들 중엔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건설현장에 출근하는 성실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틀간 기자가 만난 한인 노숙자들은 숙박·목욕시설, 법적·교육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 여성 노숙자는 자리를 떠나려는 취재진에게 노숙자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과일 음료캔을 건넸다.

▶문의: jamesanwcknc@gmail.com 제임스 안 LA한인회 이사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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