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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해석 (2)빨간색…빨려 들어가는 듯한 '정지의 순간'

동서양 막론 첫 번째 색깔
'권력서열'은 두 번째 색깔

빨강은 우리가 가진 색 가운데 첫째가는 색으로,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색이다.(15세기 피렌체 염색업자의 매뉴얼 중에서)

빨간색은 피와 결부되어 폭력과 잔인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면서 심장과 결부되어 생명, 정열,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동물적 본능을 일깨우는 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에로나 야한 것을 상징한다. 빨간색의 가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첫 번째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여러 색깔을 순서대로 설명할 때 항상 빨간색이 제일 먼저 온다.


생명력과 폭력의 상징

옛날에는 붉은 염료가 비쌌다. 그래서 주로 지체 높은 귀족 또는 왕족 계층이 입는 옷의 색이었다. 동양에서는 가장 고귀한 황색에 이어 두 번째로 고귀한 색이었다. 서양의 경우 가장 고귀한 자주색에 이어 역시 두 번째로 고귀한 색으로 여겨졌다. 동양은 황색이 황제의 색이고, 붉은색은 그 다음으로 왕의 색을 상징한다. 서양은 보라색이 황제의 색이고, 그 다음으로 빨간색이 귀족·왕족의 색이였다.



빨간색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진보주의, 혁명, 좌파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는 색이다. 반대로 미국에선 보수나 우파를 상징한다. 특히 국기에 많이 들어가는 색이다. 국기에 빨간색이 들어가지 않는 나라는 몇 없다. 빨간색이 안 들어가는 나라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그리스, 핀란드, 스웨덴 정도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처럼 검은색과 조합하게 되면 위압적이거나, 공포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중화권에서의 빨간색은 온갖 좋은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 기쁨, 즐거움, 경사 등의 의미가 있고, 현대에는 인기, 유행, 혁명, 혼인, 돈, 행운 등의 의미를 지닌다. 국경일이나 명절 즈음의 중국을 보면 붉은 색으로 도배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빨간색

식욕을 돋우는 대표적인 색이다. 패스트푸드점의 간판은 대다수 빨간색이다. 붉은 색 계통으로 도배된 방에선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분 정도 앉아있지만 20분 정도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손님을 빨리빨리 보내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선 붉은색으로 인테리어를 한다고 한다.

단체 스포츠의 유니폼 색으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축구의 경우 모든 색깔 중 빨간색 계통의 유니폼을 채택하는 팀이 가장 많다. 일단 초록색 배경(잔디)에서 플레이 해야 하는 종목 특성 상 초록색의 보색인 빨간색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실용적 측면도 크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확정한 팀은 잉글랜드뿐이다.

한국에서는 축제, 운동회 등에서 마을을 동서로 나누었을 때 오행에 맞추어 청백전을 하지만, 일본은 겐페이 전쟁(헤이안시대 때 가장 큰 권세가였던 미나모토씨와 다이라씨 사이의 전쟁) 이후의 전통으로 '홍백전'을 한다. NHK 홍백가합전이 대표적이다.

여종업원 많은 팁 원하면

투우에 사용하는 천이 빨간색 계통이라 소가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여 돌진한다는 잘못된 지식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는 사실 색맹이며 천의 흔들거림에 반응하는 것이다. 붉은 색을 쓰는 이유는 소가 아닌, 관중을 흥분시키기 위한 것이다.

빨간색은 인간이나 영장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물이 인지하지 못하는 색이다. 인간이나 영장류가 붉은색을 볼 수 있는 시각 체계를 가지게 된 건 나무 열매를 찾기 위해서라는 이론이 있다. 밝은 곳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을 보면 빨간색이 파란색보다 더 밝게 보인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빨간색이 파란색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여종업원은 빨간색 옷을 입는 게 좋다. 2012년 출간된 '숙박업 및 관광 연구저널'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색을 입으면 남성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이 26%나 증가한다.(여성 고객에게는 효과가 없다)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 내야 해"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1970)는 '색면 추상'이라고 불리는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화가다. 그는 거대한 캔버스에 스며든 모호한 경계의 색채 덩어리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을 표현했다. LA에서는 다운타운 MOCA(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음악, 패션, 예술 등에 나타난 '최소·극미주의'인 '미니멀리즘'(예술적인 기교와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만을 표현)을 표현한 화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작품을 좋아해 애플의 모든 제품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했다.

로스코의 삶을 담은 연극 '레드(Red)'는 겉으로는 로스코가 미국 시그램 빌딩의 벽화 그림의 제작을 의뢰받았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이전 세대와 앞으로 올 세대간의 충돌을 담고 있다. 극중 로스코는 말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 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것이야" 라고.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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