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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왜 오르려고 하는가

개인적으로 등산에 흥미가 없다. 그래서인지 '밑에서 올려다보는 산이 아름답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왜, 기를 쓰고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한 번? 유혹의 말은 2명의 입에서 나왔다. 우선 산악인 조지 맬러리. 에베레스트 등정을 두 번이나 실패(21년, 22년)한 뒤, 1923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짧은 말을 남겼다. "Because it's there." '(산이) 거기 있기에'로 회자되는 그 유명한 말이다. 세 단어로 압축한 간결함 속에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울린다.

또 한 명은 프랑스의 지성, 장 폴 사르트르다. 산악 등반과는 전혀 관계없는 실존주의 대가. 단편소설 '에로스트라트'에서 인간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들이댔다.

"인간을 관찰할 때엔 높은 데서 내려다보아야 한다. 인간은 누가 자기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의 앞뒤에만 신경을 쓴다. 누가 7층 위에서 내려다본 중절모자의 꼴에 대하여 상상이나 할 것인가. 나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 웃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자랑하는 직립자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은 납작하게 기다시피하는 긴 다리가 어깨 위로 뻗어나오고 있지 않은가. 7층의 발코니- 나는 여기서 일생을 보내야 마땅했을 것이다."



조지 맬러리는 1924년 3차 등정에 나선 후 실종됐다. 75년 뒤인 1999년, 8520m 지점에서 엎드린 채 미라 형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해진 옷감 안쪽에 G. Mallory가 새겨져 있었다.

1865년 영국 측량국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8848m)을 발견했고, 산 이름을 몰라 측량국 초대국장인 조지 에버리스트의 이름을 따와 에베레스트로 명명했다. 원래 이름은 초모룽마(티베트어로 세상의 어머니).

66년 전 오늘(1953년 5월29일) 신만이 허락된 탁구대 2개 너비의 땅이 인간에게 자리를 내줬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둘 중에서 누가 먼저 올랐느냐는 수많은 질문에 힐러리와 텐징은 "한 팀으로 동시에 정상에 도착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다 텐징 사후, 힐러리는 "그가 언제나 앞서 갔다"는 말을 남겼다.

신만의 영역 에베레스트에서 최근 일주일 새 1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작년 전체 사망자(7명)보다 많다. 이유가 뜻밖이다. 눈사태나 눈보라, 강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등반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다. 산 정상을 앞두고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많게는 800명 가까운 등반 인파가 300m 넘게 이어진다. 보잉 747 순항고도에 해당하는 높이인 8800m 고지에서 한두 시간을 기다리며 혹한과 고산병, 탈진으로 숨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뒷배경은 상업 등반이다. 산악전문 여행사들이 두당 6만 달러에서 8만 달러를 받고,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하루에 수십 명씩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운반해' 준다. (사진)

영하 40도에서 걸음당 6번 이상의 호흡이 필요한 에베레스트 정상. 셀피를 찍으며 폼 잡고 싶은 아마추어 산악인의 난장판으로 인해 에베레스트의 숭고함은 옛일이 돼가는 듯하다. 정상을 300여 미터 앞두고 미라가 된 맬러리, 먼저 정상 코앞에 올라왔지만 힐러리를 위해 바로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텐징.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돈으로 처발라 폼 재려다 사람에 치여 숨진 것은, 사르트르가 의미했던 '위치 에너지'면에서 7층과 길바닥 차이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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