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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달 11월…'내 마음 속으로 여행' 어때요

역사랑 놀자…11월1일은

가톨릭 '모든 성인의 날'에
3만명 숨진 리스본 대지진
신이 아닌 인간의 시대로

스위스 인터라켄의 호수와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해발 1324미터의 하더클룸산 전망대의 모습. 어둠이 내린 늦은 저녁 전망대에 올라 운무에 가려진 산과 아래로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스위스 인터라켄의 호수와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해발 1324미터의 하더클룸산 전망대의 모습. 어둠이 내린 늦은 저녁 전망대에 올라 운무에 가려진 산과 아래로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오늘(11월1일)은 가톨릭에서 기념하는 '모든 성인의 날'이다. 별도로 지정된 축일이나 기념일이 없는 성인들 모두를 한꺼번에 기리는 날이니 말하자면 가톨릭 무명용사의 날인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1184년 전인 835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오 4세가 이날을 '모든 성인의 날'로 선포하면서 로마 교회 영향권에 있던 서유럽 교회는 지금껏 11월1일이 되면 천국에 오른 성인들을 기억하며 그들 삶을 본받을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성인의 날'인 11월1일은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종교 권력의 몰락이 시작되고 사람들 사이에 뿌리깊었던 종교의 권위가 뒤흔들린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1755년 11월1일 오전 9시30분. '모든 성인의 날'을 맞아 포르투갈 리스본의 성당들은 경건하게 기도하는 신자들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러나 예배가 시작된 직후 진도 8.5에서 9로 추정되는 강진이 리스본 전체를 강타했고 거의 5분 가까이 이어진 지진은 말그대로 리스본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성당의 초가 뒤집히면서 화재로 번져 리스본 건물의 85%가 파괴됐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40여분 정도 지나 십수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리스본을 덥쳤고 살아남기 위해 항구로 피신했던 사람들 마저 쓰나미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리스본 인구가 25만명 정도였는데 3~5만명 정도가 숨졌다고 하니 하루아침에 전체 인구의 최대 20%가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성인을 기리기 위한 축일이 순식간에 슬픔과 통곡의 날이 됐고 이 소식을 기사와 판화로 접한 유럽 사람들은 집단적인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그 어떤 악령도 이만큼 신속하고 강력하게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진 못할 것이다." 리스본 지진이 일으킨 반향에 대해 괴테가 쓴 글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도 독실한 가톨릭 국가였다. "신은 왜 하필 이 경건한 날에, 그것도 신앙의 도시로 유명한 리스본의 경건한 사람들에게 이런 징벌을 내리셨을까? 리스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재앙을 내리셨을까?"

사람들은 답을 얻지 못했고 볼테르, 루소, 칸트 등 당대의 유럽 지식인들은 자애로운 신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주관한다는 신의 섭리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에게서 답을 찾는 인간의 시대로 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약 100년 후인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종교가 지배하던 세상은 끝이 나게 된다.

신이 지배하는 세상이 종언을 고했다고 해서 '모든 성인의 날'도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가톨릭은 11월을 위령의 달로 정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고 종교와 관계없이 미국인은 이달에 조국을 위해 전장에서 산화한 참전 군인들을 기리고 있다. 그리고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모여 한해동안 무사하게 풍요로운 결실을 거둔 것에 대해 신과 자연과 이웃의 은혜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그래서 11월은 일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경건하게 다가오는 달이자 주변 세상만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달이다.

감사는 감사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하면 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마법을 지녔다. 그리고 온마음으로 감사함을 표현할 때 우리는 절로 행복감에 젖게 된다.

11월은 밖이 아니라 내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특별히 교통편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돈도 들지 않는다. 일상에 바빠 들여다보지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내버려뒀던 그 마음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감사할 많은 것들에 제대로 감사하고 있는지, 뭐 필요로 하는 것은 없는지, 틈나는 대로 찾아가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여행 준비물로 '톨스토이와 떠나는 내마음으로의 여행'이란 책을 권한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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