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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대통령 선거판의 ‘운칠기삼’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는 데 운이 7할을 차지하고 재주의 역할은 3할이란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운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변수다.

요즘 미국 대선 판도를 지켜보면 운칠기삼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올해 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과장을 좀 보태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1순위 장애물인 경제는 양호했다. 게다가 2월엔 탄핵 국면에서 빠져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당내 경쟁자들과 접전을 벌이며 고전했다. 바이든은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다른 후보의 구원 등판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듣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당시엔 민주당원 사이에서도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이 선전하고 있었지만 결국 대선 승부는 경합주 선거인단의 향배가 결정하는 것이어서 나온 평가였다. 4년 전, 클린턴의 당선을 믿어 의심치 않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놀란 기억도 바이든을 ‘약체 후보’로 보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이후 대반전이 시작됐다. 먼 중국 이야기로 여겼던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것이다. 트럼프는 초기에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발언을 했고 이후에도 코로나19보다 경제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공개된 장소에선 한사코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메가톤급 이슈가 터져 나왔다. 바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따른 인종차별 철폐 시위다. 트럼프는 시위대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최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트럼프보다 10%p 이상 높다. 주요 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약 3~4%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 트럼프 입장에선 4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전혀 예상치 못한 불운이 잇따른 격이다.

최근 들어선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여러 언론매체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물론 속단할 순 없다. 11월 3일 대선까지 남은 기간, 어디서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선벨트 지역 주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공화당원 주지사들도 잇따라 경제 재개를 되돌리는 상황을 보면 재선 행보가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코로나19와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식 일관성’도 이런 판단의 근거다. 중도층을 끌어안기보다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사실 이런 방식은 그가 4년 전 대선 캠페인 때부터 일관되게 보여준 것이다.

‘운칠기삼’이란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세상이라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큰 것이다.

8년 전, 버락 오바마는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두고 동부 지역을 덮친 허리케인 샌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재선의 승기를 잡았다.

운칠기삼은 운명론이 아니다. 오히려 미력한 인간이 노력해 30%를 채워야 운이 찾아왔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운이 70% 작용한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겸손하란 뜻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보여줄 30%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임상환 / OC취재 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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