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신건강 에세이] 공황 장애(恐慌 障碍, Panic Disorder)

고대 서구신화에 의하면 판(Pan)은 아르카디아 주에 있던 삼림과 들판에서 자라는 양떼들과 그들을 지키는 목자들의 신이었다. 주로 동굴에 살았고 산이나 계곡에서 방랑했으며 수렵을 일삼고 숲속의 님프들에게 무용을 가르쳤다. 원래 헤르메스 신이 퀼레네 산중에서 목축을 하면서 드뤼옵스 왕의 딸 드뤼오페를 건드려 판을 낳았다고도 하고 또는 헤르메스 신이 염소의 모습을 하여 오디세이의 아내 페네로페에 접근하여 그녀를 임신시켰다는 설도 있다. 하여간 판은 태어날 때부터 윗몸은 사람, 하체는 양의 모습을 해서 추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온몸이 털투성이고 다리는 염소다리, 이마에는 염소 뿔이 두 개 달린 아들의 꼴이 흉해서 겁을 내어 애기를 버리고 도망갔다. 헤르메스 신이 아기를 데리고 올림퍼스에 올라가 키웠다. 반인반수의 모습인지라 사티루스와 혼동하기 쉬우나 판은 그보다는 훨씬 급이 높은 신에 가까웠다. 사냥꾼들을 도와 짐승들을 찾아주고 꿀벌을 쳤으며 산의 요정들을 희롱했다. 성질이 게을러서 잠을 방해하는 자들을 혼내주었다.

특히 밤중에 숲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했다. 어둠과 적막, 그리고 판의 잠을 깨울까 두려워했다. 그 후 명확한 이유가 없는 막연한 두려움은 판이 그 원인이라고 해서 공황발작을 Panic Terror라고 불렀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가 정신질환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이다. 그 전에도 물론 공황장애가 존재했겠지만 당시는 다른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일반인의 1.5-3.5%에서 발병하며 인간이 일생 걸쳐 발병할 율은 5%에 달할 만큼 빈번한 질환으로 알려졌다. 요즈음에는 한국에서도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일반인들도 인식하기 시작한 듯하다.

공황발작은 한여름 마른하늘 아래서 벼락이 치듯 시작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고 목이 졸린 듯 숨이 막히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필사적으로 숨을 쉬기 위해 옅은 숨을 빨리 쉬어 산소를 마시려고 하고 그러다보면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해 손발이 저리고 마비가 되며 어지러운데다가 진땀이 흐르고 사지가 사시나무같이 떨린다. 환자는 이제는 꼼짝없이 심장마비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서 공포에 질리며 정신을 잃기도 한다. 발작은 대체로 10분 이내에 중지한다.



앰뷸런스에 실려 응급실에 실려 가서 정밀검사를 받으면 의사는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정신과 의사에게 가라고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발작이 신체적인 결과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권고를 잘 듣지 않는 셈이다. 전문의에게 가면 쉽게 치료될 수 있는 상태인데도 다음 발작 시에도 응급실이나 내과 전문의 오피스를 전전하기 쉽다.

이 질환은 여성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별거 중이거나 이혼 중인 여인에서 많이 나타나며 사춘기나 이른 성인나이에 발생하기 쉬운데 평균 발생 나이는 26.3세다.

전국정신건강협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조사에 따르면 공황장애가 발생하기 얼마 전 80% 이상의 환자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여성에서는 이혼, 별거, 아이의 출산이나 죽음 같은 인생의 중요한 변화, 남자에서는 승진같이 책임이 증가하는 경험 등을 하며 사춘기나 이른 성인나이에도 발생한다. 이때는 젊은이들이 선택, 변화, 이별 등을 경험하는 시기인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공황장애’환자의 1/3이나 1/2에서 ‘광장공포증’ (Agoraphobia)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환자는 군중사이라던가 버스같이 탈출하기 어려운 상태를 기필코 피하려는 점이다. 피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는 그대로 당해야 되는데 그때 ‘공황발작’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