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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안철수와 유승민은 손잡을 수 있을까

최상연 / 한국중앙일보 논설위원

한때 한국 정치의 대안으로까지 꼽히던 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처지는 지금 곤궁한 정도를 넘어 처연하기까지 하다. 안 대표는 석 달 전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결연한 심정"이라고 했다. 신임 유 대표 역시 선출 직후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삭풍 추위를 예고했다. 처지가 비슷한 상황에서 느끼는 공통의 비장감이다. 두 사람이 결국엔 손잡을 거란 전망은 여기서 나온다. 선거에 진 두 패장이 죽음의 계곡을 넘을 밧줄을 서로에게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소극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안 대표는 당내 호남 의원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에 더 관심을 두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적폐로 몰아대는 집권당과 정치보복으로 맞서는 자유한국당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는 건 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양당 구도라면 설사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다 해도 반사이익이 제3당의 몫은 아니다. 어쨌든 몸집을 불려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중도·보수 통합론'을 내걸고 당선된 유 대표 역시 연내엔 자신이 약속한 통합에 성과를 내야 한다. 보수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중도 통합마저 불투명해지면 당은 추가 이탈로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이제 문을 닫겠다"고 고사 작전에 나선 마당에 지금 바른정당이 기댈 곳은 국민의당밖에 없다. 돌아가는 모양새나 안팎의 환경을 감안하면 두 사람은 다음달 중 선거 연대나 통합에 대한 합의 로드맵을 밝힐 듯도 하다.

문제는 시너지에서 탈출구를 찾는 두 사람을 따르는 에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양당 모두 반대쪽 목소리가 높아 두 세력이 통합이나 연대로 향하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국민의당에선 호남계가 '민주당과 함께하자'고 안 대표를 압박 중이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보다 한국당과의 통합에 치중하자'는 압력을 받는다. 가뜩이나 비교섭단체로 추락한 바른정당이다. 수개월에 걸친 통합파·자강파 간 내분으로 심리적 일체감도 무너졌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면서 '적폐청산'에 맞서려면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국민의당은 원심력만 놓고 보면 이미 반쯤 갈라섰다. 바른정당과 최소한 선거연대를 요구하는 안 대표와 달리 호남 의원들은 선거연대가 최대한이다. 그것도 민주당과의 연대 요구가 많다.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어버린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친이명박계 중심의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건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지역 기반이 다르고 안보·대북정책이 상이한 두 당이다.

거기에다 선거연대의 파괴력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하다. 2·3위 후보가 연대해 1위 후보를 제치거나 1·3위 후보가 합쳐 안정적인 1위를 만드는 게 선거연대의 동력이다. 그런데 3·4위를 달리는 두 당이 뭉쳐봐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게다가 대통령선거 1년 남짓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그때까지 이어질 테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의 고공행진이 갑작스레 떨어질 기미도 없다. 광역단체장으론 바른정당 2곳이 전부지만 이마저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밧줄'로 삼겠다는 건 두 당이 합치면 산술적 덧셈보다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여론조사 때문이다. 두 차례의 국민의당 여론조사에선 바른정당과 합치면 지지율이 19% 정도 나와 12%(이번 주는 14%)의 한국당을 가뿐히 압도할 거란 결과가 나왔다. 당의 진로를 놓고 벌인 어제 끝장토론에선 당이 두 쪽 나 있다는 이견만 확인했다. 절반이 반대하는 통합으로 달려가는 건 무모한 일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이 요구하는 식으로 호남에 갇힌다면 미래가 없는 안 대표다. 유 대표 역시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의원들의 추가 탈당으로 바른정당은 공중분해로 갈 수 있다.

제3당은 예외 없이 소멸한 게 대한민국 정당사다. 사라지지 않으려는 자구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양당제로의 회귀를 막고 제3지대 세력화를 이뤄 내겠다는 건 아직은 명분이다. 그래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영호남 지역 패권에서 벗어나는 부가가치가 있는 길이다. 물론 정치는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는 예술이다. 그걸 만들어 내야 하는 건, 리더십 리스크로 벼랑 끝에 선 두 사람의 몫이다. 무엇보다 그 길 외엔 별다른 탈출구도 없는 두 사람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도 않았다. 비 오고 바람 불지만, 뚜벅뚜벅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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