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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비엔나의 행복지수

이영주 / 수필가

오랜만에 다시 간 비엔나는 여전히 깨끗하고 문화적인 도시였다. '비엔나' 하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머리에 우선 떠오르지만 눈을 돌려 자세히 보니 완전 클림트, 빈 분리파 수장이었던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의 도시였다. 가는 곳마다 그의 그림들이 넘쳐흘렀다. 화려한 색감과 관능적으로만 치부했던 그의 그림들이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의 정신 분석을 회화로 풀어낸 것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두 사람의 깊은 교류는 클림트가 단순한 관능이 아니라 인간의 구두적.행위적.생각적 3단계의 원초적인 정신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의미가 피부로 이해됐다.

비엔나에서만 13년을 가이드로 일했다는 35세의 홍용기씨는 오스트리아의 정치.경제.사회를 꿰뚫어서 문화와 예술을 역사적으로 짚어가면서 꽤나 구체적으로 대학 강의 보다 더 수준 높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오스트리아는 국민의 행복지수가 최우선 순위라는 것, 인구의 90%가 결벽주의자라는 것, 정직해야 한다는 것, 전체 주택의 64%가 시영아파트라는 것, 모든 건축 공사는 100년이 아니라 1000년 앞을 내다보고 하며 1955년 영세중립국을 선포한 나라라는 것도 그에게 처음 들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이 국을 좋아해서 갈비탕 비슷한 음식(타펠 슈피츠)을 많이 먹는다는 음식 문화로도 화제가 비약했다. 그는 '2:8' '5:1' '6:4'라는 숫자까지 각인시켰는데, 내용인즉 1.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남자들이 사망해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2:8'로 여성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타민족이 훨씬 많아서 타민족과 이 나라 국민의 비율이 '5:1'이다. 연 국가 예산의 60%만 쓰고 40%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비축한다는 '6:4'인데, 별로 할 사업이 없으면 6:4를 4:6으로 바꾸기도 한다니 예산이 남으면 다음해 예산에서 깎이기 때문에 뭐라도 해서 한 푼도 남기지 않는 한국과는 아주 다르다.

시영아파트 중의 하나인 훈데르트 바서 빌리지(Hundert Wasser Village, Hundred Water) 방문은 특히 인상 깊었다. 2차 대전 후 초토화 된 오스트리아는 전쟁 이재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아파트 건물을 벽돌 찍어내듯 무질서하게 건립했으나 그런 살벌한 환경의 시민들 위로 차원에서 비엔나에서 아파트 재건축 공모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선된 것이 클림트, 에곤 쉴레 등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훈데르트 바서(Hundert Wasser.1928~2000)의 작품인 지금의 건물이다. 흔히 스페인의 가우디와 비견되는 훈데르트 바서는 직선은 인간이 만든 죽은 선이라며 이 건물에 곡선과 불규칙하게 자른 벽면, 거기에 입힌 빨강.파랑.노랑.초록.검정색 등의 여러 가지 색깔들, 서로 다른 귀여운 창문들로 마치 예술 작품같은 건물을 만들었다. 또 아파트 공간이면 아주 작은 공간에도 있는 대로 나무를 심어 자연을 느끼게 했다. 지붕 위 옥상에만 부어진 흙이 5000t이 넘고, 25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사용한 건축 자재는 모두 재활용품이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 존중의 자기 신념을 예술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국민의 행복이 통치 철학이며 홈레스가 없는 나라, 적어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정도는 정부가 해결해주는 나라, 아니 비엔나 시민들의 행복지수는 그러면 그들의 결벽증 만큼이나 높을까? 도대체 이 나라는 공산국가인가 민주국가인가. 홍용기씨는 "확실한 민주국가입니다"라고 확언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오지랖으로 오스트리아인들의 행복지수를 따질 때는 아닌 것 같다. 우선 뉴욕커 우리들의 행복지수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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