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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LA 웨스턴 가구 거리에서, '부활'을 얘기하다

한국 디자인 찾는 타인종 고객들 늘어
자가 생산…고객 직거래로 활로 모색
중국계 겨냥, 지점 확대로 공격적 판매
웨어하우스 차려 인터넷 진출 전략도




지난 토요일 정오. 결혼을 앞둔 김신현(30)씨 커플이 웨스턴과 멜로즈길에 늘어선 가구점 간판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 어른들이 "그쪽에 많이 모여있지 아마" 하며 권한 웨스턴 거리. 생각보다 한산했다. 2~3곳 둘러 본 가구점 제품들은 고급부터 저가 제품까지 다양했다. 워낙 다양해서 인지 김씨 커플은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립식 가구나 오렌지카운티(OC)의 큰 공장단위의 도매 업소를 권하는 사람들도 있어 다음주엔 그쪽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들이 나온 가구점 건너편엔 공사가 한창이다. 또 다른 가구점이 입점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길 반대편 HK가구점이 있던 자리는 지난해부터 계속 비어있다. 주말이면 가구를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던 웨스턴 가구거리가 어떻게 된 것일까.

50년 역사, 한때 한인 업소
20개까지



1931년 샌타모니카에 '워츠브러더스(Wertz Brothers)'가 생기면서 형성돼 60~70년대 패션의 한 축이 됐던 '웨스턴 퍼니처 디스트릭트'의 영화는 이제 끝난 것일까. 20여개에 육박하던 한인 가구점들은 어디로 갔을까.

웨스턴길 남쪽 멜로즈와 샌타모니카 불러바드를 경계로 한인운영 가구점들이 모이기 시작했던 것은 80년대 초반. 가구가 꽤 팔리던 호경기 때다. '한인가구협회'라는 단체도 있던 때다. 지금 남은 한인 가구점은 총 6개. 문을 닫기도 하고 이리저리 다른 도시로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중국, 베트남 업소들이 들어왔다. 최근엔 아르메니아계 업소들이 멜로즈 북쪽으로 대거 들어섰다. 20년 넘게 해오던 센추리, 세븐, HK가구점 업주는 최근 은퇴를 선언했고 잘되던 업소도 다른 지역에 쇼룸을 추가로 열거나 도소매를 병행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인 경기 악화로 발길 끊겨

"많이 한산해진 거 맞나요" 조심스레 한 업주에게 물었더니 한숨도 쉬지 않고 답이 나온다.

"서브프라임 이후 다운타운 자바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급하강했죠. 타인종들의 워크인(Walk-in)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그래도 요즘 좀 나아졌어요."

멜로즈 코너의 한 업주의 푸념이다. 한창 때는 타주 손님들도 찾곤 했다. 지금도 물론 가구거리를 돌아보는 손님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인터넷 가격을 다 보고 나선 사람들이다. 쇼핑 트렌드도 달라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고를 활발하게 하고 세일과 공짜 선물을 내거는 것도 거의 사라진 풍경이다.

단순한 소매 판매 벗어나야

생존의 방식은 무엇일까. 가격 마진의 최소화다. 코리아가구 문원석 대표는 "타겟, 월마트 같은 대형 체인 마켓과 할인점들이 커뮤니티 마다 들어서면서 원거리 쇼핑을 꺼려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고 조립식 가구점들의 저가공세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대형 체인점에서 실망한 고객들은 꼭 돌아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 디자인을 담은 가구들이 타인종 손님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는 자신감도 힘이 되고있다.

공장 만들고 중간마진 없애

하이디가구 샘 한 사장은 26년 전 태어난 딸의 이름을 업소 이름으로 정해서 그런지 포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애너하임에 조립공장과 인도네시아 자재공장을 만들어 도매로 소비자를 만나는 유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결국 가구라는 특성 때문에 직접 만져보고 구입하려는 고객들은 여전히 대다수다. 컨테이너로 대량 구매해 소매 판매를 하는 방식은 백전백패"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웨스턴 거리에서는 상식이라는 것이다.

아이키아보다는 지역 대형점들이 위협

업주들은 다양한 수요의 증가와 도시규모 확대, 인터넷 쇼핑으로 경쟁 가중을 극복해야할 난관으로 지적한다.

에이스가구의 션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중국과 베트남 등 다양한 인종의 업소들이 생겨나면서 저가 경쟁이 시작됐고 좀 잘 팔린다 싶으면 흉내 내는 업소들이 생겨났다"며 "한인들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전한다.

게다가 도시별로 가구점 웨어하우스들이 속속 들어서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역시 소매를 거치지 않고 제작자가 바로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서 박리다매로 홍보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점.제조공장 확대해 독자

브랜드

이미 웨스턴 거리 한인 가구점들은 지점과 제조공장을 활발히 추진해왔다. 코리아가구는 올림픽과 세리토스에 매장을 오픈했고 중국시장을 겨냥해 하시엔다하이츠 지역을 교두보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들의 바잉파워를 감안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꿈꾸고 있다. OC와 LA 동부 지역에 대한 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한인 업주 공생은 불가능한가

"업주들이 다시 뭉치면 뭔가 활로가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기자가 물었더니 G가구점 이 모 대표는 "아이고… 한국 분들 아시잖아요"라며 한숨이 되돌아 왔다.

고객층이 중복되는 한인 가구점 간의 경쟁이 오히려 가장 치열하다는 것이 에이스가구 션 이 대표의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한 특징을 가진 쇼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가구점을 시작한 이 대표는 "커머스에 웨어하우스를 두고 물건을 배달하고 있으며 오히려 인터넷에 진출하는 역방향도 의미있는 움직임"이라고 귀띔한다.

한 업주는 라치몬트 거리처럼 세일 기간도 함께 정하고 가족들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가구 축제' 같은 것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이야기하지만 항상 이야기로만 끝난다고 말했다. 웨스턴의 가구거리. 영화로웠던 80~90년대를 기억이라도 하는지 서편으로 지는 노을이 가구점 간판에 붉게 물들었다.

최인성 기자

가구에 대해 업주들에게 물었다
인터넷과 비교할 땐 원산지·모델까지 확인해야


▶ 4000~500달러 하는 가구, 할부로 못사나요?

가능합니다. 요즘 이자율이 낮은 탓에 '싱크로니'같은 할부 프로그램들을 많이 이용합니다. 크레딧이 무난하면 굳이 모두 현금으로 살 필요는 없죠.

▶ 인터넷 사이트에 같은 디자인으로 더 싼 가격이 있던데.

환불과 교환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유사한 제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소재와 재질로 만든 제품을 많이 판매합니다. 정말 맘에 드는 제품은 제품 원산지와 모델 이름까지 정확히 확인하셔서 원제품을 구입하시는 게 좋습니다.

▶ 비싸게 준 소파가 색이 변하고 이상해집니다.

차를 살 때 성능과 워런티, 색상 등을 모두 고려하듯이 가구도 겉모습 만큼이나 색상, 내구성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값을 주고 산 가구가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말들을 하는 거죠.

▶요즘은 조립식이 저렴하고 편안하기도 합니다.

비싸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조립식 가구는 이사 갈 때 꼭 부서진다고 하십니다. 아이키아 같은 조립식 가구는 원재료 가격을 줄이면서 가능해진 가격이니 당연히 수명이 짧고 고장 나기 마련이죠 가족의 안전도 생각해야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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