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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성숙을 위한 진통의 한국 경제

한국 경제는 미국에 사는 한인에게도 주요 관심이다. 조국이어서도 그렇지만 한인 경제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실제적 이유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가 멀다고 한국 경제 위기설이 나오고, 뭔가 큰 조처를 하지 않으면 곧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 한인들도 걱정이다.

이 위기설 중에는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 특히 소득 주도 성장론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자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 경제의 위기의 시작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즉 그 이전 정권에서는 경제가 계속 잘 나가고 있었고, 미래 전망도 밝았는데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도된 정책으로 인해 나빠졌느냐는 질문이다.

우선 현재 한국 경제 성장률의 하락은 높은 해외 의존도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대불황 이후 미국 주도의 유동성 증가 즉 돈 풀기로 모두가 잘 나가던 지난 10년은 한국 수출도 잘 나갔고, 한국으로의 외국 투자도 늘었다. 기업 매출도 늘고 영업 수익도 올라갔으며, 주식과 부동산 다 상승했다. 그러다 지금에 와서 미국이 다시 긴축으로 나가면서 그 여파가 한국에게도 나타나고 특히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또 하나의 고통이다.

두 번째는 노조 문제를 지적한다. 오늘날의 노조 문제에는 한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효율성의 그림자가 있다. 60년대 이후 경제 기적은 정부 주도의 기간산업 투자와 해외 자본 유치와 함께,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군사 문화의 리더십인 무조건 명령을 따르는 독재 문화가 합쳐지면서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효율성이 생겼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한다.



그러다 국민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해외 문화와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인권과 직원의 권리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이는 민주화라는 사회 변화의 큰 틀에서 노동권의 신장과 비합리적 명령을 거부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정부와 기업, 노사 간의 갈등이 커진다.

한국 노동계의 너무 지나친 요구가 한국 경제를 발목 잡는다는 현상은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일방적이던 개발독재 문화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변화의 요구가 때로는 지나친 과잉반응을 가져오기 쉽다 보니 노사 간 갈등도 사회의 역기능을 초래할 만큼 커지는 것도 현실이라고 보인다.

세 번째로 지적되는 지나친 규제 역시 한국을 급성장시킨 정부 주도 경제의 잔재다. 산업화 정책이라는 계획경제식 정부 중심의 경제 성장은 당연히 많은 정부의 규제를 만들었다. 이는 정부 관계자들을 위시해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는 집단에게는 당연한 이권으로 기득권이 돼버렸다. 이 과정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이제 와서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면 기득권층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다가 슬그머니 없는 얘기로 돼버리기 일쑤다.

이렇듯 오늘날 한국의 경제 문제는 지난 성장기에 잠재한 명령식 문화의 부작용과 노동권의 갈등 또 취약점인 외부 의존형 경제, 규제의 이권화와 고착화라는 오래되고 구조적인 원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책은 결코 한두 가지 현상을 고치는 데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위 갑질의 근절,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내수산업의 발전, 기득권층의 이권 관계를 타파하는 규제의 혁파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성숙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소득 주도 성장론 때문에 갑자기 한국 경제가 나빠졌다거나, 귀족 노조의 지나친 요구로 인해 기업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식의 주장은 사회 갈등만 더 확대할 뿐이다. 왜 그랬는지를 잘 성찰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구세대와 신세대, 관리층과 피관리층, 부자와 가난한 자 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 등 사회 전방위에 걸친 성숙이 이루어질 때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면면히 흘러온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를 볼 때 분명 한국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성숙한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이 좀 더 빨라지기 위해서는 당장의 인기보다는 역사의식과 인내심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여기에 안보 문제까지 잘 해결되면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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