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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솔로몬 왕의 기도 (열왕기상 8:22-53)

독일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고 주장했으며(Letter on Humanism), 비트겐슈타인은 말을 한다는 것은 삶의 형태(A Form of Life)를 나타낸다고 정의했다(Philosophical Investigations). 언어는 언어자체의 “쓰임새”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인격과 삶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지혜와 부귀의 솔로몬왕이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 이루었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것이었다. 그런데 성전을 건축해서 하나님께 봉헌하는 그 영광스러운 순간에 솔로몬왕이 드린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열왕기상 8:22-53절에서 솔로몬은 성전을 완성한 후에 (1) 하나님의 약속과 은혜, (2) 성전의 한계, (3) 죄의 용서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먼저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자신들과 맺은 약속을 지키시고 은혜를 베푸셨다고 감사한다(왕상8:23).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성전건축을 완성했다는 것은 솔로몬왕의 아버지 다윗왕이 아들 솔로몬에 부탁한 일이고(대상22:11), 따라서 솔로몬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언약을 기억했고(대상22:8-9), 약속을 지킨 자는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둘째, 자신들이 지은 성전이 하나님을 결코 다 담을 수 없다는 한계를 고백한다: “하나님이 참으로 땅에 거하시리이까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내가 건축한 이 성전이오리이까”(왕상8:27). 셋째, 30절부터 53절까지 “하나님이여 만약 내 백성이 이러저러한 죄악을 저지르고 나서 이 성전을 향해 기도하면 그 기도를 듣고 그들을 용서해주소서”(왕상 8:30, 34, 36, 39, 50).

놀라운 일이다. 성전을 건축한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순간에, 자신이나 민족을 자랑하며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성전의 한계를 지적하고 백성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참회의 대속기도를 드린다. 31-32절에는 이스라엘이 이웃에게 범죄한 자를 용서해달라, 33-34절에는 이스라엘이 적국에게 패해서 주께 돌아오면 그들의 죄를 용서해달라, 35-40 절에는 범죄로 인해서 이스라엘에 가뭄·기근·전염병·병충해·재앙·질병이 들었다가 이스라엘이 죄를 떠나면 그들을 용서해달라, 44-50 절에서는 적국에게 포로로 잡혀갔다가 그 땅에서 회개하고 성전을 향해서 기도하면 용서해달라고 기도한다.



이 대속의 기도중에 놀랍게도 이방인들을 위한 기도도 등장한다.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알게되고 성전을 향해서 기도하면 그들의 기도를 들어달라고 기도한다(왕상8:41-43). 이스라엘을 위한 기도는 모두 자신들의 죄악을 용서해달라는 내용이지만, 유독 이방인들을 위한 기도에서만 이방인들의 죄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이 마땅히 져야할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영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구태여 이방인들의 죄를 논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깊이 배려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삶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인류는 고통 속에 있다. 그런데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감추거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인종간의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거나, 자기자랑에 몰두함으로써 우리를 더 심각한 고통 속으로 몰고간다. 영광의 순간에도 하나님께 자신을 한없이 내려놓고 자기 백성들의 죄악을 짊어지며, 이방인들을 맞이하는 솔로몬의 기도가 우리에게 깊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이여, 주를 믿는 자들이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할 때에 그 기도를 들으시사 그들의 죄악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를 알지 못하는 자들도 그들이 고통 속에 울부짖으며 탄식할 때, 그 부르짖는 대로 이루사 만민이 주를 알게 하소서 (왕상 8:30, 41-43)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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