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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일흔에 검은 띠를 받다

애틀랜타 거주 김춘자 씨
JKA스포츠미션센터서
시니어 태권도반 졸업

“나도 강해지고 싶다.”

미국 병원에서 간호사로 수십년간 일한 김춘자(73)씨는 자신보다 머리 2-3개 씩은 더 큰 동료나 환자들을 대할 때면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특히 덩치가 산만한 아들 뻘 백인 보조원에게 성추행을 당할뻔한 아찔한 사건 이후로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군대에 갔다 온 놈이었는데,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나를 뒤에서 갑자기 껴안는거야. 순간 재기를 발휘해서 ‘뭐하는 짓이냐, 나 블랙벨트 있는 거 몰라?’라고 말하니까 주춤하더니, 그 뒤론 나를 멀리하더라고”.



자신이 약하다고 느껴질 때면 태권도 유단자로 두 번이나 베트남에서 싸웠던 오라버니에 대한 그리움도 사무쳤다.

하지만 당시 직장 여성이 운동을, 특히 무술을 배운다는 건 대단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목사인 남편을 거들며 간호사로, 엄마로, 사모님으로의 삶을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일흔을 넘긴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좀 생겼지만, 이번엔 몸이 따라줄 것 같지 않아 선뜻 배우겠다고 나설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음을 접으려 할 때, 기회가 찾아왔다. 남편 김근태(72) 목사와 함께 활동하는 애틀랜타 한인 목사회에서 이재광 JKA스포츠미션센터 관장을 만난 것이다.

이 관장은 은퇴 목사들을 위한 태권도반 신설을 준비하고 있었고, 김씨는 남편과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 부부 두 쌍을 설득해 시니어 태권도반 1기 학생으로 등록했다. 72세부터 88세까지 노년 부부들이 매주 모여 힘찬 기합을 넣었다.

도복을 입는 것 자체가 감격적이었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 나이에 품세를 기억하고 따라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 집에서 죽도록 연습을 해야 하는데, 집에 가면 또 집안 일이 있고…”

하지만 이재광 관장은 지난 22일 수료식에서 “정말 대단한 열정으로 큰 모범이 되어 주셨다”며 김씨에게 꿈에 그리던 검은 띠와 함께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도복을 입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보상받는 감격때문일까, 상장을 받아든 김씨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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