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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거짓말은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

선거의 계절이다. 우체통에는 각종 선출직에 도전한 이들의 홍보 전단지가 한 두 장은 꼭 들어 있고 신문 방송들도 관련 뉴스의 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꽃이다. 선거를 통해 사회 변화가 이뤄지고 개인의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한 미국에선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같은 선거의 의미를 일리노이와 시카고 시에 대입하면 의례적인 행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듯해보이는 대표가 선출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일쑤다.

일리노이 주민들의 높은 타주 이주율이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연방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인구 유출률은 전국 2위 수준이었다. 일자리와 날씨, 치안 문제 못지 않게 높은 세율 탓이 컸다. 전국 최고 수준의 재산세와 판매세, 법인세는 개인과 기업의 이탈을 부추겼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 주 레익 카운티 디어필드 시에 40만달러짜리 주택을 가진 주민이 내야 하는 재산세는 연간 1만1천달러(세율 2.775%).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어바인 지역의 같은 가격 부동산 소유주가 내는 1년 세금 2,860달러(세율 0.715%)와 비교하면 거의 4배다.

세금을 결정하는 의회와 단체장들은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하다. 자신은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가 그렇게 했다는 식이다. 당연히 흑색선전, 네거티브 선거전이 반복된다.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린든 존슨 후보는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 후보의 강성 성향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데이지 걸’이라는, 마치 골드워터 후보가 당선되면 곧바로 핵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선거 광고로 유례 없는 승리를 거둔다. 5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비슷한 수법은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선거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기억 나는 대목이 있다. 음흉하고 교활한 실상과 달리 통솔력을 갖춘 ‘반장’으로 평가되는 엄석대는 세탁소집 손자 병조로부터 그의 할아버지 소유인 황금 라이터를 빼앗는다. 석대는 이 사실을 담임 선생님이 알게 되자 곧바로 돌려준 후 이렇게 말을 바꾼다. “돌려주었습니다. 혹시 불장난이라도 할까 봐 맡아두었다가”라고.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사회 비평가인 앙드레 지드는 “가장 나쁜 거짓말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의 현란한 언변은 ‘반장’ 엄석대 이상으로 진위를 가리기 힘들다.

시카고 남부 흑인사회가 배출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재임 8년간 그 지역에서 총성은 줄거나 멈추지 않았다. 경제적 현실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한이 담긴 표는 개인 오바마와 특정 집단에만 혜택이 된 듯하다.

오바마는 퇴임 후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기념관을 개인 시설로 짓는다. 유서 깊은 남부 사적지 잭슨 공원에 들이기 위해 관계 법령까지 바꾸었다. 생존 기반마저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지역혜택협약 서명 요구를 거부하고 "기념관 건립 자체가 시카고 남부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라는 공허한 메시지만 반복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오바마는 어디에도 없다.

오바마 재단은 대통령 기념관 인근 도로 재정비에 무려 1억7,5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이를 시카고 시와 일리노이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직 대통령이 주지사는 물론 주 의회, 시의회 선거에까지 적극 개입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진심과 진실로 여겼던 것들이 변하기도 한다지만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비판적 사고로 참과 거짓을 판단하고, 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 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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