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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있어야 할 자리

김요한 목사
순복음반석위에교회
yohankim73@gmail.com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 진다.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한반도의 비핵화문제, 평화협정체결 등 중요한 사안을 협의한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는 순간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생중계가 예정된 만큼 리허설을 통해 남북의 정상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행동 하나 하나가 준비되어야 하고, 합의문과 선언문도 준비되어야 한다. 식사와 의상, 함께 보게될 영상, 축하공연 등 준비되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준비가 아무 생각과 계획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물병 하나도 꼭 필요한 자리에만 두고 불필요한 것은 제외된다. 장식으로 달아놓은 리본 하나도 있어야 할 자리에만 걸어둔다. 지나치면 오히려 화가 된다. 남북정상회담 자체만으로도 역사 속에서 꼭 있어야 할 시간이다. 이 회담의 결과는 후대에서 좀더 다양한 모습으로 평가될 것이다.

얼마 전 한 성도님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새롭게 시작한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이 일을 계속 할 수는 있을까?’, ‘하나님, 나 어떻게 해야돼요?’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일하는 직종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도 않고 힘들기만 하니까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더란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분들 중에 한국분이 다가와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얘기하다보니 이단이었다. 얼떨결에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내셨다. 그게 마음에 걸려 ‘왜 그냥 보냈을까?’, ‘왜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을까?’, ‘왜 전도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에 한참동안 안타까워 하셨다. 그러던 순간, ‘아, 이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였구나!’, ‘여기가 지금 내가 있어야 할 자리구나!’ 하는 생각에 ‘다음에 또 만나면 꼭 전도해야지’ 결심을 하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목적을 찾기 전까지는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목적을 발견하고 난 다음부터는 모든 일이 소중하고 해야 할 일들을 찾아 기쁘게 하실 수 있었다.

2015년 10월 처음 등장한 알파고(AlphaGo) 는 핸디캡 없이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최초의 컴퓨터가 되었다. 2016년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5번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온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통산전적은 73승 1패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얻은 1패가 유일한 패배다. 알파고와 벌이는 바둑대국은 인공지능 컴퓨터와 사람의 뇌가 벌이는 수 싸움이다. 바둑은 체스나 장기와 같은 종목에 비해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하고 두던 바둑과는 사뭇 다른 인공지능 컴퓨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둑의 묘미랄까?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있다. 하수는 그저 되는대로 끌려가는 바둑을 두지만, 고수는 상대의 실수까지도 철저하게 계산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보며 경기를 이끌어 간다. 바둑알 하나 하나가 치밀한 계산 속에서 놓여진다. 그냥 버리는 돌은 없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돌을 놓는다. 각 돌들은 있어야 할 자리, 놓여야 할 자리가 있다. 장기와 체스의 경우도 말들이 움직이고 놓이는 자리는 다음 수를 위해 필요한 자리, 있어야 할 자리가 된다.

이따금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있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도 지금 여기 있는 목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무 이유없이 지금 그 자리에 있게 하시지 않는다. 하다못해 벽에 걸린 장식품조차도 허전한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할 목적으로 걸어두는데,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우리 인생을 목적도 없이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 두실까?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의 인생에서 헛된 시간은 하나도 없었다. 어릴 적에 열한 곡식단이 자신의 곡식단에 절을 하는 꿈과 해와 달과 열한 별이 자신을 향해 절을 하는 꿈을 꾸었지만, 그의 인생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꿈대로라면 날마다 나아지고 승진해야 했지만, 오히려 구덩이 속으로, 지하감옥으로, 시간이 갈 수록 땅 속 깊은 곳으로 꺼져만 갔다. 점점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요셉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환경에 영향받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간수장은 그의 손에 맡긴 것을 무엇이든지 살펴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창 39:23)

요셉은 보디발의 집에서도, 왕궁의 지하감옥에서도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하나님은 요셉에게 무조건적인 형통의 복을 주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주어진 환경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자에게 복을 주신다.

요셉이 보디발의 집에 있어야만 하는 운명은 아니었다. 그러나 있는 동안 보디발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했다. 요셉이 왕궁의 감옥에 갖혀야만 하는 팔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있는 동안 옥중 죄수들을 돌보며 모든 일을 처리해주었다. 하나님은 시간이 갈 수록 더 큰 일을 요셉에게 맡기셨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라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면,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 하시며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하루는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루는데 꼭 필요한 시간과 장소다. 결코 헛되지 않다.

김요한 목사
순복음반석위에교회 담임목사
순복음세계선교회 북미총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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