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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목사 목회칼럼: 하나님 나라는 순종입니다

나는 일을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도 어찌어찌하다 보면 시간에 임박해서 일을 마무리하곤 한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을 하니 늘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하면 깊이도 얕고 준비도 늘 부족하다. 시도에 쫓기니 몸도 힘들다. 마음도 힘들다. 그래서 이런 ‘악순환’을 끊고자 짬짬이 해야 할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9월 즈음이면 마트에는 벌써 추수감사절 용품들과 성탄절 용품들이 진열되기 시작한다. 시즌이 시작되려면 아직 3~4개월이 남아있는데도 일찌감치 준비한다. 물론 장사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나라에서 왔는데도 미국사람들의 ‘빠른’ 준비가 신기했다.

어린 아이들은 마트에 가면 갖고 싶은 것도 많다. 다양한 종류의 화려한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눈을 유혹한다. 마트에 가면 막내 녀석은 종종 가던 길을 멈춘다. 덩달아 나도 멈춰 선다. “아빠, 나 이 장난감 되게 좋아하는데”, “아빠, 나 저거 갖고 싶어요”. 요즘은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아, 저거 가지면 좋겠다”, “저거 정말 재밌겠다”, “여긴 이런것도 있네?” 얼굴도 안쳐다보고 혼잣말을 다 들리게 얘기한다. 모른 척하면 들을 때까지 반복한다. 그러나 다 사줄 수가 없다.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마트를 빠져나온다. 그래서 이제는 마트에 갈 때마다 신신당부를 한다. “오늘은 장난감 안사는거야. 안사줄꺼야. 그냥 보기만 하고 나오는거다.” 피는 못 속인다고 어렸을 때 내 모습을 많이 닮았다.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말없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부모님이 불러도 못들은 척 사 주실 때까지 기다렸는데. 요즘 아들녀석이 그런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 될 때도 있다. 지금 아니면 안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중요한 것, 먼저 해야 할 것을 구별한 후에 해도 늦지는 않는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하고 난 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더 재미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오늘날 세상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라고 부추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유명한 카드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그런데 떠나는 것만 생각하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가고 싶은 곳으로 못 떠난다. 하고 싶은 일도 못한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먹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탄이 찾아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탐스럽기까지 한’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했다. 지금 당장 먹고싶은 충동이 일어나도 선악과는 먹으면 안되는 과일이었다. “먹지 말아야 하는 것”, 그것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이다. 일의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바울은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고 했다. 불굴의 의지로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시도해봤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상 중에 마게도냐 지역으로 인도함을 받았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고 싶었던 곳은 소아시아 지역이었지만, 하나님이 바울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보이셨다. 그것은 마게도냐 지역으로 건너가 그들을 돕는 일이었다. 바울이 마땅히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이 그곳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눈이 가리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즐거움과 만족 때문에 어려운 일은 피하고 뒤로 미루기가 일쑤다.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은 늘 가지고 산다.

하나님의 말씀은 기쁨으로 순종해야 하지만, 내키지 않더라도 마땅히 지켜야 할 법도다. 연초마다 사람들의 계획 속에 영적건강을 위한 성경일독과 육신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1월이 지나기도 전에 입에 달고 사는 말씀 한구절이 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연약하여…” 마태복음 26장 41절의 말씀이다.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동안 잠든 제자들을 향해 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씀은 전체 중의 절반밖에 안된다. 그 앞부분은 대부분 생략한다. 그래서 기억도 못한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는 말씀의 앞부분은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변명처럼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욱 기도하라는 말씀이 앞선 말씀이다.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시험에 들지 않도록, 눈앞의 즐거움과 당장의 만족 때문에 마땅히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도 일맥상통한다. ‘하늘이 두렵지도 않은가?’ 하나님이 두려워 벌벌 떠는 마음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크고 높으신 분을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경거망동할 사람은 없다. 하물며 하나님을 의식하는 사람은 더더욱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러나 정말 해야 하는 일이지 그분께 물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기본은 순종이다.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우리는 주를 따른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먼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는 순종해야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지식으로 만족하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행함으로 하루하루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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