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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의 삶속의 미술이야기 15]삼위일체를 꿈꾸며

아직 아침나절인데 어느덧 바깥온도는 90도를 가리키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비켜가고 싶은 마음은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나 보다. 나의 출근길 아침이면 개울물을 찾아 길을 건너는 오리가족을 만날때가 있다. 갑자기 앞서가던 차들이 멈추어 있을 때는 언제나 오리들이 물가를 찾아 길을 건너고 있을 때 임을 말한다. 모두들 한결같이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그들이 안전히 지날때를 기다리는 차들을 보면서 기분좋아지는 것은, 아직은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오는 행복함이라고나 할까? 벌써부터 더위를 느끼는 오리떼는 아직 아침인데 벌써부터 나무그늘아래 모여 부리를 땅에 파뭍은채 모여있다. ‘이제 완연한 여름인가보다’ 라는 생각에 올 여름은 조금이라도 덜 더웠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지난주에는 나의 꿈을 담은 스튜디오 분원을 오픈하였다. 지난 몇달간의 준비로 여러가지 바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새롭게 단장된 또 하나의 그림 공간이 주어짐에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막상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보니 처음 그 건물을 렌트하고자 찾았을 때 보다 훨씬 더 흡족한 마음이 드는 건 바로 한눈에 멀리 다운타운까지 내려다 보이는 건물 전경때문 인것 같다.
텍사스에서 일반 건물의 2층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게 넓은 땅 때문이어서 일까? 그래서 인지 대부분의 건물들이 옆으로만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오피스들이 밀집해 있는 다운타운은 고층빌딩이 다른 도시 못지 않게 즐비해 있지만 주택가 가까운 곳의 업타운 들은 다른 대 도시에 비해 고층건물을 찾아 보기 힘든게 이곳 택사스의 풍경이기도 하다. 스튜디오가 조금이라도 더 조용하고 밝았으면 하는 바램에 2층에 자리를 결정하면서 얼마나 망설였던가, 그러나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발코니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어서 훨씬더 아늑하면서도 밝고 확트인 시원함은 여느공간보다도 내게는 만족스럽게 와 닿는 것이었다.
방학을 맞이하고 새로운 스튜디오가 오픈되면서 내게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게된다. 이제 새로운 학년으로 들어가기전에 학교 공부와 함께 사이드로 미술을 생각하거나 방학동안을 이용해 특별교육의 일환으로 길지 않는 기간이지만 미술으 파운데이션을 다져주기 위해 스튜디오을 찾는 이들이기도 하다. 더러는 오히려 방학동안 심화학습을 위해 미술교육을 그만두는 학생들도 더러는 있다. 학생들의 의지보다는 대부분이 부모님의 결정가운데 주어지는 학습계획이지만 가끔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모님들도 계신다.
얼마전 나희 학원을 그만두면서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떠난 한 학생이 있다. 이제 7학년이 된 남학생으로 몇년전 4학년때 한 6개월간 나의 학원에서 미술수업을 받았던 학생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학원엘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 몇개월전 다시 미술공부를 해 보겠다고 학원을 찾아왔었다.
남학생이지만 조용한 편이고 연필을 사용한 드로잉 수업이 다소 힘이 들어도 잘 참아주는 아이였지만 그다지 아트적 재능을 남다르게 가지고 있지는 않는 그저 평범한 성격의 아이였다. 그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른점이 한가지 있다면 초록색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색맹을 가진 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학원에서 그아이에게 컬러수업을 할 때는 컬러대체 용법이라고 해서 초록색이 그아이에게는 자주색으로 보이는 그 자체로 초록을 사용하게끔 수업진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아이의 엄마에게도 아드님이 색맹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 상담이 있고나서 2주후 그 어머님은 과감하게 아이의 미술수업을 더이상 할 수 없다고 아이의 소지품을 챙겨가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시간에 학원에 자리하지 못했기에 마지막 인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뒤에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나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었다.
내가 그어머님과 상담을 했을 때는 그어머님도 아들의 색맹을 이미 알고 계신것으로 내게 대답을 해 주셨었고 그리고 오히려 감사하다는 인삿말까지 남기셨지만 이내 속마음은 몹시 언짢으셨나보다 라는 생각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함께 한 가운데 며칠을 그 아이가 생각날 때 마다 씁씁한 마음이 앞섰다.
한동안을 그 아이가 남겨둔 흔적속에서 아픈 마음에 그저 기도로만 나를 달랠 수 밖에 없었고 씁쓰레한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가 없는 아픔을 가지기를 한참이었다. 건장한 자신의 아들이 색맹이라는 것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그런 자존심을 건든탓이 꼭 이유라고는 생각지 않고 싶지만 나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신 그 어머님께 대한 죄송함 보다는 갑자기 영문모르고 미술을 접어야하는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니 내마음이 더욱더 아팠던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 물론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우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삼위일체를 주장하고 싶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부모님, 이렇게 세사람들의 노력이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가 바로 가장 훌륭한 교육의 결실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것을 근 20여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터득한 가장 기본핵심이라는 것이다.
세사람이 하나가 되어서 서로을 인정하고 신뢰하며,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학생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싶다.
문득 우리집앞 오리떼들은 어떻게 이 여름을 보낼까? 궁굼해진다. 좀 더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는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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