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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의 세상 보기]열정적인 테네시 관광안내소 지킴이

떠나보고 싶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만나보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 그것을 통한 신선한 자극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찌는 듯한 달라스의 무더위를 피해 나에게 ‘여행’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여행하며 만남 사람들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기로 했다. 그럼 이제 그 길에서 만난 유쾌한 사람들과의 매콤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거리 1549마일, 운전 시간 25시간. 구글을 통해 찾은 뉴욕까지의 가장 빠른 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번 가 봅시다!”. 십 년도 더 된 차 한 대와 두 남자가 함께하는 여행이 시작됐다.

산꼭대기 안내소에서의 인연
비행기나 기차가 아닌, 차로하는 로드트립의 장점은 즉흥성에 있다. 한시 바쁜 우리의 걸음을 붙잡을 만큼 아름다운 호수나 굽이 넘는 능선에서는 언제든지 차를 세우고 여행의 즐거움을 즉흥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의 텍사스와 아칸소 주를 벗어나 나무 내음이 솔솔나는 어느 곳을 지날 즈음이었다. 산꼭대기 위에 하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기로 했다. 입구 표지판엔 관광 안내소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 사람들이 들르긴 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엔 털이 복슬복슬한 개 한 마리와 큰 소리로 우리의 입장을 반겨주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다. 내가 동양인이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방문객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우리를 향해 연신 질문을 쏟아 내셨다. 달라스에서 왔다는 말에 자신의 손녀딸이 그 곳에서 살고 있다며 텍사스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지 물었다.
한참을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고는 멋쩍으셨는지 여행에 필요한 지도를 주겠다며 털북숭이 강아지를 데리고 어디론가 나가셨다. 돌아오는 손에는 큰 지도 한 장을 들려 있었다. 그 지도엔 테네시 주의 상세한 도로설명과 더불어 관광명소들이 표시돼 있었다.


할아버지는 테네시 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노란 형광펜과 빨간색 펜을 가지고 지도 위 이곳저곳에 그림을 그리시며 우리에게 꼭 가봐야 할 곳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얼마나 열심인지 땀까지 흘려가며 한 시간 가량을 설명하셨다. 지도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형광펜과 빨간 글씨로 가득 찼다. 작별인사를 하고 나올 때도 테네시를 찾아주어 고맙다며 문 밖으로 배웅까지 나오셨다.
얼마나 많은 이가 다녀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찾기도 힘든 산정상의 하얀 안내소에서 할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 다시금 여행을 떠나려는 찰나 무언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전해줄 따로 준비한 선물 같은 건 애당초 없었다. 차 안에서 시원한 생수 두 통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를 찾아가 두 개 중 하나를 건넸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않은 채 환하게 웃으셨다. 그 웃음을 보고 갑자기 책 한구절이 생각났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무언가를 두 개 산 다음 그 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이병률의 끌림 中)


김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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