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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 굿피플] 올레! 꼰 올레!(Ole, con Ole)

투우(Toreo) 경기는 본래 그리스에서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의 하나로 시작됐다. 스페인에서는 귀족들이 말을 타고 창검으로 또로(Toro, 숫소)를 사냥했던 것이 18세기 중엽 세비야를 중심으로 현재의 투우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야만적이고 잔인하다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와 베네수엘라, 중남미 여러 곳에서 여전히 행해진다.

투우 경기와 인간의 결혼 생활과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마초(Macho) 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암소들을 범하고 거침없이 방랑하던 야생의 거친 숫소는 신랑을 의미한다. 관능적인 이목구비에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을 하고 물레따(Muleta, 소를 유인하는 붉은 색 천)속에 에스빠다(Espada, 소 죽이는 칼)를 숨기고 유혹한 후 죽음에 이르게하는 또레로(Torero, 투우사)는 신부같다. 수만명의 올레!(Ole, 힘내라) 함성으로 떠들석한 둥그런 투우장(Plaza de Toreo) 은 자력으로는 결코 되물릴 수 없는 운명적인 결혼을 뜻한다. 죽느냐 죽이느냐 숨 막히도록 긴장감 넘치는 투우 경기는 신혼 첫날밤의 판타지와 같다. 그리고 마침내 투우사의 칼을 맞고 고꾸라지는 또로처럼 한 여자에게 정복당하고 마는 것이 남자의 운명이다. 투우사의 화려한 외모와 칼이 숨겨진 물레따의 현란한 움직임에 속는 것도 어리석은 남자들의 속성과 많이 닮았다.

경기 전날 황소는 좁고 깜깜한 우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며 약이 바짝 오르게 된다. 갑자기 문이 열려 박차고 나와보니 뜨거운 태양과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에 놀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질주하기 시작한다. 투우가 시작되면 맨처음 삐까도르(Picador, 보호대로 무장한 말을 타고 광분한 소의 숨통을 긴 창으로 찔러 힘을 빼고 성질을 돋구는 투우사) 가 등장한다. 소의 등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면 두번째로 반데리에로(Banderillero, 높이 점프하여 소의 등에 두 개의 작살을 꽂는 투우사) 세 명이 차례대로 등장하여 각기 두개씩, 모두 6개의 원색 깃털 장식이 휘날리는 반데라를 꽂는다.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객석에선 탄성과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마지막 승부사 마따도르(Matador, 기진맥진한 소의 급소에 길고 날렵한 칼을 꽂아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우사)가 대미를 장식한다. 육중한 황소가 끝내 피거품을 토한채 쓰러지고 나면 트럼펫이 연주되고 무수한 꽃다발이 던져지며 올레 꼰 올레(만세) 함성이 터져 오른다.

쁘레지덴떼는 관중들의 박수와 흰 수건을 들고 환호하는 다수에 따라 판정의 손수건을 든다. 하나를 들면 죽은 소의 귀 한쪽을 잘라 투우사에게 준다. 또 하나를 들면 다른 쪽 귀도 잘라 준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세번째 수건을 들면 꼬리를 잘라 가장 영예로운 트로피처럼 하사한다.



최고의 부와 국민적 영웅이란 명예를 얻기위해 거칠고 사나운 또로와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강렬한 생명의 힘을 얻으려 성실히 분투하는 모두에게 올레! 꼰 올레! (만세! 힘내라 힘! )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김재억 목사/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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