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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영묵의 테마가 있는 여행 속으로] 고성에 들어서니 햄릿 무대 느낌이…

Ⅰ부 북유럽 여행/역사 속으로
6 리투아니아 그리고 밝은 한국의 미래

수준높은 탐구·독립운동 열정의 나라…인간띠 만들며 독립 일구어낸 시발점
작년엔 국가수립 1000주년 기념행사…유럽의 거리, 무게의 중심 자긍심 대단


관광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리투아니아는 남한 땅의 3분의 1정도이나 그래도 360만 명으로 발트 3국 중 인구가 가장 많고, 한때는 그 세력이 폴란드와 연방국으로, 러시아까지 뻗힌 적도 있다 한다. 그리고 독일 기사단이 1009년 처음으로 리투아니아에 나라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는데 작년 국가수립 1000주년 기념행사로 전 유럽이 떠들썩했다 한다.

그러니 발트 3국 중 가장 활기를 띄웠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듯 하다. 거기에 걸맞은 재미난 이야기 꺼리가 있다. 리투아니아 구시가 유네스코 보존 구역 안 다리 건너 한 블럭이 독립을 선포했다. 거창하게 나라 이름도 있다. 우즈피스 공화국이다. 그리고 다리 입구에 총 41조로 되어있는 헌법을 여러 나라말로 써 붙여 놓았다.

제 일조: 누구나 비넬레 강가에 살 권리가 있다. 그리고 비넬레강은 사람 옆으로 흘러갈 권리가 있다로 시작하여 사람은 누구나 죽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사람은 실수할 권리가 있다. 사람은 사랑할 권리, 사람은 아무도 닮지 않을 권리 등등 아주 재미있는 문구의 나열이다. 그리고 그 곳 대통령이 일년에 한번 다리에서 여권에 비자 도장을 찍어 준단다.



나는 1570년 설립되고 1579년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정식 대학으로 인정된 벨뉴스 대학에서 그러한 발상의 토양을 느낄 수 있었다. 최초의 그리고 최대의 기상대, 멸종된 소수민족에 대한 기록, 전쟁과 인간의 탄생과 죽음까지 종교적 해석의 미술 등 수준 높은 탐구의 열정이 쉽게 구소련 치하에서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다.

벨뉴스 대학에서 나와 리투아니아의 영광, 수호의 공이 큰 4명의 왕이 4면에 새겨진 게디미나스 동상과 대성당을 구경하고 광장에 이르면 아주 의미 있는 표지판이 있다. 그곳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한 벨라루스로부터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를 걸쳐 에스토니아까지 수만리를 손에 손을 잡고 소위 ‘인간 띠’를 만들며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낸 운동의 시발점을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또 한번 그들의 열기를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구시가의 볼거리를 뒤로 하고 다음날 아침 많은 유적이 있으며 13세기까지 수도였고, 16세기까지 왕궁이 있었던 아름다운 호수 위의 도시 트라카이(TRAKAI)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유럽의 거리, 무게의 중심이라는 큰 표지, 기념탑이 있는 곳에 들렀다. 인간들이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산다고 새삼 느꼈다. 트라카이 중세 고성은 가리베 호수 가운데 한 폭의 그림처럼 우뚝 서있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만난 매서운 바람을 뚫고 고성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멈칫했다. 분명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했던 영화 햄릿의 무대에 내가 들어선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상상 속에 있을 비극은 이곳에 분명 없었고 대신 호기심에 찬 관광객만 있으니 말이다. ‘글쟁이의 못된 버릇은 어찌 할 수 없다니까…’ 하며 뇌까렸다. 트라카이에서 호숫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그 앞에 좀 특이한 지붕 모양의 집들이 있었다. 바로 몽고의 일족인 타타린족들이 왕의 경호부대로 오래 고용되어 살았다 한다. 바로 그들이 사는 마을이며, 그들이 전파한 양고기튀김(카비네이)은 이곳의 유명 음식이라 한다. 아쉽게도 먹지는 못했다.

수도 벨뉴스로 돌아와 호텔방에 누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꼬박 11일을 러시아, 발트3국 많이도 돌아 다녔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정리해 보았다. 러시아는 순수 슬라브족이라 생각했는데, 모스크바를 세운 주인공이 바이킹의 일족 유리라는 성주라 한다. 그리고 에스토니아는 헝가리부터 핀란드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핀란드 종족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라트비아에 가면 독립의 상징인 자유여신상이 별 3개를 들고 서 있다. 인구 100만 명이 조금 넘는 이 땅에 3개의 종족 통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리투아니아는 엉뚱하게도 그 나라 언어가 인도의 산스크리트라니 어리둥절하다.

또 스탈린 시대 이주정책으로 발트 3국에는 거의 20 %의 인구가 러시아 사람들이다. 무국적자의 신분에서 영주권자, 시민권자로 잘들 어울려 살고 있다. 그리고 젊은 한국인들이 같이 미래를 열고 있다. 모스크바 가이드는 비교언어학 유학생,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파이프 오르겐 유학생의 남편, 국경을 넘을 때 도우미는 베이스 바리톤 유학생, 발트 3국은 민속학 유학생, 나의 젊은 시절 상상도 못할 곳에서, 상상도 못할 세계에 도전하면서 미래를 열고 있었다. 밝은 미래를 보며 기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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