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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한국인이라 한국 못 간단다"

다큐 감독된 전후석 변호사
쿠바 한인사 '헤로니모' 제작
애틀랜타 교사연수회서 강연

국적문제로 아픈 사연 봇물
"이탈못한 아들 고국에 못가"

전후석 변호사가 기조 강연자로 나선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

전후석 변호사가 기조 강연자로 나선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남다른 삶의 궤적. 흑인 대통령 시대에도 변함없이 인종차별을 느끼며 적지 않은 좌절감을 겪었다는 청년. 그래서 더욱더 미국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되뇐 한인 디아스포라.

UC샌디에이고를 거쳐 시라큐스법대를 졸업한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전후석(35·작은 사진)씨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진 저에게 아버지가 국적 선택에 관해 말해주셨어요. 그 무렵 모의고사가 너무 싫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곤 나에겐 미국이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죠."

초등학교 5학년 때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짧게 다녀간 것을 제외하곤 미국이 낯설었던 그는 한국에서 살던 시민권자였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중 다시 미국으로 올때 즈음 '유승준 사건'이 불거졌다.



한국 국적을 버리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그 때문에 국적을 이탈했다는 사실이 그를 늘 괴롭혔다. 마음의 상처와 응어리는 다른 쪽으로 해소됐다. 더욱더 철저하게 미국인으로서 살기로 결심했다. 5년 동안 한국어를 쓰지 않고 한국 문화와도 담을 쌓았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긴 힘들었다. 그러던 2015년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쿠바여행을 갔다가 아주 우연히 한인 4세가 몰던 택시를 타게 된다. 한국어도 잘 못하면서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곤 쿠바의 한인이민사를 발굴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변신하게 된다.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나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던 고 헤로니모 임(임은조)의 일대기를 다룬 '헤로니모'가 그 결실이다.

전후석 변호사는 6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동남부지역협의회의 제27회 동남부 교사 연수회에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강연 뒤 장소를 옮겨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참석자가 너도나도 손을 들어 질문했다.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놓고 경험에 기반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 중에는 말 못할 아픔이 담긴 사연들도 제법 있었다.

한 교사는 "아들이 '엄마, 나는 한국을 왜 못가요?'라고 물었을 때 '너는 한국사람이라서 한국에 못 간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참석자들 모두 일순간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면에 담긴 뼈있는 아픔을 공감하고 이내 숙연해졌다.

이 교사는 "저희 부부가 국적법이 바뀐 사실을 몰라서 (아들의 국적상실 신청을)하지 못해 고국에 가지 못하는 아들이 있다"고 했고,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영화 속 실존 주인공 헤로니모 임 선생이 일평생 이루려던 것을 한류문화가 순식간에 이뤄냈다는 웃지못할 의견들도 나왔다. 70%가 다민족 가정이라는 한글학교의 한 교사는 "(엄마의 나라) 한국인임을 알리는 것이 아빠의 나라를 버리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어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면서도 "아이들이 한류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코리안'임을 자랑스러워 해 의외였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누구보다도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라며 "한인 디아스포라가 무엇인지에 대해 찾는 여정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학계 등이 한인 정체성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헤로니모 임' 제작에 앞서 단편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My Children)'를 제작했다. 1905년 멕시코에 노예계약 이민으로 팔려 갔다가 1921년 쿠바로 이주한 한 가정에 대한 단편 다큐멘터리다. 낯선 땅에서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후손들에게 한인의 정체성을 고취하기 위해 한글학교 등을 설립했던 독립유공자 임천택과 한인 최초로 아바나 법대에 입학하고 산업부 차관을 지낸 아들 임은조씨를 소재로 하고 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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