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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당신의 보스가 22세라면

소년 지휘자의 시대가 열렸다. 1996년생인 클라우스 마켈라(핀란드)가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지난 3일(현지시간) 선임돼 2020년부터 활동한다. 한국으로 치면 대학교 4학년쯤일 22세 지휘자가 100년 역사의 명망 있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나가게 됐다.

서구 오케스트라엔 종신(終身) 단원이라는 개념이 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본인이 원할 때까지 활동하기 때문에 단원들의 연령이 높다. 오슬로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인 김홍박(37)은 "오슬로 필에는 60대인 단원도 물론 많고 40년 넘게 연주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연령에 민감한 한국식 계산법으로 '지휘자의 부모가 태어났을 무렵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을 사람들이다. 그런 단원들이 어떻게 말하자면 약관(弱冠)을 갓 지난 상관(上官)의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게 될까.

LA 필하모닉의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네이선 콜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시카고 심포니 단원일 때 만났던 지휘자 두스타보 두다멜(37)을 기억했다. 당시 20대였던 두다멜은 첫 리허설에서부터 시카고 심포니의 나이 지긋한 단원과 미묘한 마찰을 빚으며 "행복하지만은 않은" 출발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에서 두다멜의 성공을 점칠 수 있었다 했다. 젊은 지휘자의 상징과도 같았던 두다멜은 2009년 LA 필의 상임 지휘자를 맡아 콜의 젊은 상관(boss)이 됐다. 이렇게 개인의 재능이 나이를 극복한다. 22세의 마켈라 역시 대단한 지휘 재능으로 몇십년 만에 나타난 천재라 불리며 북유럽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이미 관심을 모았다.

시스템이 젊은 리더를 가능하게 한다. 호르니스트 김홍박은 "사실 오슬로 필에서 지휘자는 음악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스템이 갖춰진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모든 악기 연주자의 역량을 이끌어낼 의무는 있지만 소위 '밥줄'을 쥐지는 않는다. 단원들은 같은 음악인으로서 지휘자를 존경하지만 복종할 필요는 없다. 실력 있는 단원들은 몇십년씩 시간을 투자해 오케스트라를 키워내고 조직의 주인이 된다. 보스임이 분명하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는 새로운 지휘자 앞에서 쩔쩔맬 필요가 없다. 지휘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든지 20세를 갓 넘겼든지 차이도 없다. 조직의 수명을 늘려 안정화하는 동시에 젊은 인재를 발굴하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처럼 간단한지도 모른다.




김호정 / 한국 아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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