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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힘이 들다, 힘이 빠지다

세상살이가 점점 힘이 듭니다. 힘든 일도 참 많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참 힘이 듭니다. 힘이 들었다는 말은 힘이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힘이 난다는 말은 힘이 생겼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힘이 빠지다는 말은 힘이 없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힘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힘이 없으면 힘이 나오게 힘을 내야겠지요. 이렇게 힘은 '에너지(energy)'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힘이 세다고 할 때는 '파워(power)'의 의미일 겁니다.

'힘드니?' '많이 힘들지요?'와 같은 표현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지쳐서 쓰러져 있을 때, 심리적으로 헤어나지 못할 때 힘드냐고 물어주기만 해도 위로가 됩니다. 말이 보여주는 세상이지요. 인간에게 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말은 소통, 그 중에서도 위로의 경우에 가장 따뜻한 힘을 발휘합니다. 따뜻한 말은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힘들다는 말은 힘이 들어갔다는 의미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힘든 일일까요? 어떤 일이 힘이 빠지는 일일까요? 힘이 드는 일은 육체적인 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적인 일은 더한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한의사께 정신적인 고통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힘이 든다는 말은 오히려 정신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힘은 일반적으로는 육체적인 일을 의미할 겁니다. 직접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이니까요. 근육에 힘이 모이기도 하죠. 온몸에 핏대가 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힘을 쓰게 되면 회복도 빠른 것 같습니다. 잘 먹고, 좀 쉬면 힘이 나기도 합니다. 반면에 정신적인 일은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회복도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으면 살이 빠지기도 합니다. 신경을 쓴다는 말이 몸 안의 에너지를 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네요. 힘들었냐는 질문이 육체보다는 정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음은 회복하기 어려운 세상살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힘이 빠지는 일은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든지 오히려 욕을 먹는다고 하면 힘이 생길 수 없겠죠. 오히려 있었던 힘마저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 에너지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의욕이 사라졌다는 말이 힘이 빠졌다는 말의 동의어(同義語)처럼 쓰이기도 하죠.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은 참 무서운 일입니다. 몸 속의 힘이 다 빠져나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니까요.

힘이 들 때, 힘이 빠질 때 힘을 내야 합니다. 간단하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즐거운 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음식이 에너지원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즐거운 일을 하는 건 왜 힘이 될까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힘이 나는 일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힘들지?'라고 물어봐 주는 것도 힘이 생기게 하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밥은 먹었니?'라는 말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살아갈 힘을 다른 말로 살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위로의 말이 힘든 세상을 살맛 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함께 힘냅시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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