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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빨갛고 동그랬던 그때 그 약 주세요

증세 원인부터 찾는 게 순서
약제 오.남용과 부작용 예방

노인은 처방 약도 확인해야
이중 복용하는 사례 방지

약제에 대한 작용 등 알면
임상적 치료 효과도 높아

우리는 몸이 좀 편치 않고 이상하다 싶으면 으레 약을 찾는다. 잠시 한 끼 정도 금식하여 위장을 쉬게 해주면 나을 단순한 소화 불량에서부터 감기 기침이나 가벼운 두통에 이르기까지 어떤 증세에든지 언제나 약을 찾고 있다. 어떤 원인에서든 증세가 생겼을 때, 그 증세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무조건 그 증세를 완화시키려고만 서두르는 것이다.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우리의 근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증세가 있으면 원인에 따라 달리 분석하여 취급하여야 할 것인데, 그건 나중에 볼 일이고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다. 그것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급함이 불필요한 치료와 약제의 남용과 오용은 물론, 또 이와 결부된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키는 줄은 왜 모르는가?



약국은 동네 주치의



한국의 경우 의약 분업이 시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중은 몸이 불편하여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의사에게 찾아가 진찰을 받기에 앞서 우선 약국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그야말로 약국은 누구나 쉽게 예약 없이 그야말로 별 부담 없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동네 주치의 역할을 해나가는 셈이다. 물론 환자가 몸이 불편할 때 꼭 의사만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약국에 들러 자신의 증세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약이 있는지 약사에게 한번 상담해 봄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약사를, 의사로 착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약 이름 정도는 알자

우리 한국인들의 약에 대한 맹신은 대단하다. 약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 또한 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신이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는 약들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등으로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되는 것을 보았다. 더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이러한 약제들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약의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많은 경우 "네모 모양의 파란 약" 이라거나 "동그랗고 하얀 약" 이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여러 전문 계통의 의사를 찾는 환자(특히 노인 층)들은 구입하는 약들이 많기 마련인데 따라서 이중으로 처방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미국 여러 대학의 연구 조사 결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약들이 너무 자주 처방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 예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15퍼센트 이상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약을 두 가지 이상 처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하게 처방되는 약들은 진통제, 진정제, 우울증약 등으로, 주로 노인들이 많이 복용하는 약들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처방해 준 약들을 잘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이중으로 복용하는 약들도 많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많은 의료 문제가 다중으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여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일어난다. 이 의사 저 의사가 처방해 준 약들이 정말로 다 필요한지, 그리고 함께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 주는 것을 보면 약들의 이름을 알기가 힘들다. 봉지 안에 여러 종류의 약들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좀 호기심이 많은 환자가 어떤 약이냐고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이 그냥 식후나 식전에 지시대로 복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할(?) 뿐이다. 약은 환자 자신이 복용해야 하는 만큼,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먹는 약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약사가 약을 조제할 경우, 다른 종류의 약을 하나의 용기에 절대 섞지 않는다. 종류별로 병에 각각 집어넣어 주고, 약 이름을 기입한 라벨을 그 병에 꼭 붙인다. 또한 약의 부작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방침은 환자로 하여금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제들에 대해 알고 조심하게 하려 함이다. 약제의 명칭과 부작용은 물론, 어떠한 작용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인지 알 때 비로소 환자는 자신의 질환에 대해 관심과 이해를 갖게 되고 임상적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아는 만큼 효과 보는 약

의사와 약사는 한마음 한 뜻으로 일반인이 약에 대한 인식을 높이게끔 교육과 계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처방 받아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꼭 물어보아야 할 것이고, 환자로 하여금 약의 이름과 부작용에 대해 파악하도록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약사는 자신의 증세를 설명하며 처방을 조르는 환자 앞에서 분별력 있게 대처함으로써 많은 환자들을 혼동에서 해방시키는 옳은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다.




체크 포인트!

약을 처방 받을 때는 이렇게
1. 약을 받을 때 약명과 효능, 용량 및 부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록해 놓는다.
2. 병원에서 투약 목록을 받는다. 평소에 복용하는 약들을 쉽게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목록을 늘 지니고 다닌다. 차후 다른 의사를 찾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을 때 의사가 쉽게 약력을 파악할 수 있다.
3. 가능한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한 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한 약국을 이용한다.
4.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할 경우에도 의사와 상의하여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한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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