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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시편 23편-집착 같은 동행

시편23편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목자가 되어서 우리를 인도하고, 그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우리를 쫓아오며, 마침내 자신의 집에서 우리를 안아주시는 것을 노래하는 시편이다.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로 인도 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 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편을 우리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해하면 "우리가 인생의 악과 고통의 삶을 지나갈지라도 목자 되신 하나님이 우리를 보호하고 인도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이 회복되며 부족함 없는 안식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보자. 시편 23편에서 "하나님"은 우리와 어떻게 관계하시는가?.

먼저 하나님은 우리를 인도하신다. 2절에서는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고 3절에서는 의의 길로 인도하신다. "평안"과 "의로움"의 두 세계가 목자의 인도하심 속에 있다. 고난과 가난으로 고통 속에 사는 자들에게는 위로와 안식을 주시면서, 악의 세상 속에서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의의 길로 가도록 채찍질하신다. 4절,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에서 한국어 "주"는 의역이다. 히브리어 원문에서는"당신이 나와 함께 한다"라고 노래한다. 3인칭 대명사 "그"가 아니라 나와 마주하는 "당신"으로 우리와 동행하며 살아있는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신다.



그런데 하나님은 목자로서 우리를 앞에서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또한 쫓아오신다. 6절,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의 한국어 번역은 "내 평생"을 가장 앞에 두었기 때문에 "나"의 관점으로부터 하나님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반드시 (하나님의) 선함과 인자하심이 내 평생에 맹렬히 쫓아오리니"라고 번역하는 것이 원문에 더 가깝다. "내 평생"이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주체다.

그리고 "나를 따르리니"에서 따른다는 단어는 단순히 뒤를 따라온다는 의미보다는 chase 즉, "맹렬이 쫓아온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하나님의 선함과 인자하심이 마치 산보하듯이 느긋하게 우리를 따라오다가 때로는 우리를 놓치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냥하듯이 맹렬하게 쫓아오신다.

우리가 고난에 직면하면 고통만이, 악(evil)만이 우리를 맹렬하게 쫓아오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의 선함과 자비가 우리를 맹렬하게, 반드시, 또한 평생에 걸쳐서 쫓아온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의 포용이다. 앞에서 인도하시고 뒤에서 쫓아오시다가 결국은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신다. 하나님은 자신의 선함/좋음/행복과 자비/사랑으로 한상 가득 차려서 우리를 맞이하신다. 그리고 우리를 더 이상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니라 자녀로 평생 그 집에 살도록 그 품에 안으신다.

이 집착 같은 동행의 하나님을 발견하는 기쁨과 감격 속에 잠시라도 머물러 있자. 그리고 그 하나님을 그리워하고 즐거워하는 찬양을 드리자. 나의 고난과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질 혜택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집착같은 하나님의 선함과 사랑이 우리를 늘 쫓아오시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우선적으로 하나님에 관한 종교다. 하나님을 쟁취하려는 우리의 집착보다는, 우리를 평생 쫓아오시며, 그 선함과 사랑으로 우리를 안으시는 하나님의 집착이 기독교의 참 모습이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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