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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고려항공 서비스 바꿨지만 또 꼴찌

600개 항공사 중 만족도 최하위
기종 노후화 심하고 영어 뒤처져
외화난으로 시설 개선 힘들어
구명재킷 없고 좌석벨트도 고장



북한 고려항공이 또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전세계 600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꼴찌를 차지한 겁니다. 공항 및 항공사 시설·서비스 평가기관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스카이트랙스(Skytrax)는 지난주 고려항공 탑승객을 대상으로 56개 항목의 서비스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기종 노후화 정도,기내식, 승무원의 영어실력 등 대부분 항목에서 만점(별 5개)에 못 미치는 별 1개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소식에 누구보다 발끈할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일겁니다. 집권 몇 달 후인 2012년5월 평양 순안비행장을 찾아 기내식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승무원의 의상도 세련된 스타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결과는 참담하기 때문입니다.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조기유학하며 서방국가의 수준급 항공서비스를 체험한 김정은에게 고려항공의 낙후된 시설과 서비스가 성에 찰리 없겠죠.

 방북 취재차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과 지방도시를 여러차례 오간 저로서는 북한 유일의 민용항공에 대한 낮은 서비스 평점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무엇보다 1960년대 옛 소련에서 도입한 낡은 항공기가 국제노선에 투입되다 보니 안전에 문제가 있어보이는데요. 지난해 11월 최용해 노동당 비서를 태운 고려항공 특별기가 러시아로 출발했다가 기체이상으로 곧바로 회항한 게 대표적입니다. 김정은 특사가 탄 비행기조차 이런 일을 겪은 겁니다.외화난으로 새 비행기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고려항공 자산(주기종 29대와 보조기종 35대 등 총 64대 민항기 보유)은 20년 넘게 거의 변함없는 실정입니다.



 제가 고려항공기에 올라 가장 놀란 건 좌석 밑 구명재킷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는 점이었는데요. ‘걸상띠(좌석 벨트)를 매시오’라고 붉은 글씨가 적혀있었지만 고장난 경우도 목격했습니다. 스튜어디스와 당 간부로 보이는 인민복 차림의 몇몇 남성들은 이륙 때도 자리에 버티고 서서 잡담하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기내식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당연합니다. 평양 고려호텔과 마찬가지로 빵·커피·고기의 질이 낮고 다양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흠입니다. 수입 식음료를 제공하면되겠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이는데요.고려항공 이용 경험이 있는 중국과 서방의 북한 방문객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볼품 없는 북한식 햄버거 기내식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기내 면세품은 북한 술·담배와 수예품이 전부입니다. 신문·잡지도 선전용 화보인 ‘조선’과 노동신문, 영자지인 평양타임스만 있을 뿐 서방 발간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고려항공에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열악한 현실이 응축돼있죠. 과거 프로펠러 소형 전세기를 이용할 때 이를 절감할 수 있었는데요. 평양을 출발해 원산 갈마비행장에 착륙하자마자 활주로 한가운데서 갑자기 조종사가 시동을 꺼버려 의아하게 생각했죠. 잠시 후 군용 지프 한대가 달려오더니 랜딩기어에 밧줄을 묶어 격납고까지 끌고갔습니다. 항공유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는 거라고 설명하더군요. 조종사와 스튜어디스가 별도의 교통편 없이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 숙소까지 오간다는 얘기를 듣고는 또 한번 놀랐죠.

 고려항공은 대외적으로 민간항공을 표방하지만 북한 군부 관할입니다. 이 항공사를 관장하는 민용항공총국 책임자(총국장 강기섭)는 북한군 상장(별 셋으로 우리의 중장에 해당)급입니다. 공군사령관을 지낸 북한 군부의 원로 오극렬 대장이 여전히 민용항공총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입니다.

 지금 평양 순안비행장은 한겨울 공사로 부산합니다. 공군(북한은 ‘항공 및 반항공군’으로 부름)과 항공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김정은의 공항 현대화 지시에 따라 신축과 리모델링이 한창인데요. 지난해 11월 마무리 단계에서 현장을 찾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 공항을 지목한 듯 “어느나라의 것을 본뜬 것 같다. 주체적으로 다시 하라”며 재시공을 주문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 고려항공이 오명을 벗으려면 공항설비 뿐 아니라 서비스가 뒷받침돼야합니다. 관건은 국제화의 흐름에 맞춘 개혁·개방입니다.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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