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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아시안 이민자들 전시 준비하며 저도 울컥했죠"

이민자들 쓰던 신분증.구류소 침대.고향 생각 벽글씨 등 재현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던' 과거 이민국 모습도 담겨져 있어

최근 맨해튼 역사박물관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에서는 아시안 이민자의 100년 역사를 재현한 전시가 한창이다.

'중국인:감탄고토(Chinese American: Exclusion-Inclusion)'란 주제로 초기 아시안 이민에 있어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던' 과거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전시실 한 켠에 재현된 초기 아시안 이민자들의 신분증 이들의 구류소 침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새긴 벽글씨. 지금의 아시안 이민자들이 겪어온 긴 시간을 위로한다.

이번 전시를 이끌어낸 한인 황지은(36.사진) 뉴욕역사박물관 그래픽 디자인 총괄자를 만나 전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시 제목이 왜 '감탄고토' 인가.

"아시안들의 차(Tea) 문화를 통해 동양에 관심을 갖게된 보스턴 티파티(Tea Party) 이야기로부터 아시안 이민역사가 시작된다. 미국은 중국의 비싼 차뿐만 아니라 값싼 노동자들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차는 가지면서 노동자들에게는 '그래 일 잘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미국은 아시안에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른바 '감탄고토'의 정책을 취했던 것이다. 이에 중국인들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감탄고토'다."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전시실에는 아시안 이민자들을 검문했던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앤젤스 아일랜드'와 뉴욕의 '앨리스 아일랜드'의 ICE 모습이 재현돼 있다. 아시안 이민자들이 ICE를 대하며 겪었던 아픈 부분을 담고 싶었다. '집에 나무가 몇그루 있느냐'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누구인가' 등 가족 관계를 파악하는 까다로운 질문으로 ICE는 아시안 이민을 제한했다. 또 '팔 길이가 어떻게 되느냐' 와 같은 비논리적인 질문으로 병이 있는지 없는지도 따져 이민을 허용했다. 당시 사용했던 팔 길이 측정 도구를 그대로 구현해 전시했다. 중국도 미국도 가지 못한 채 구류소에 갇혀있던 아시안들이 사용했던 비좁은 침대도 전시됐다. 결국 구류소에서 목숨을 끊은 아시안들도 있었는데 이들의 일기와 본국을 그리며 구류소 벽에 새긴 손글씨 등을 통해 비인간적인 초기 이민정책의 단면을 담았다. 이 전시는 중국.홍콩 등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 디자인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은.

"너무 사실적인 전시는 피하려 했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의 글씨체가 담긴 문서 전시 안내 책자 등에서 아시안 느낌이 지배하는 색감이나 글자체는 피했다. 미국 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아시안 역사 전시이기 때문에 아시안이나 미국 어느 한쪽 편을 들어줬다는 이미지가 보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아시안 이민자들의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이민정책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단정지으려는 것이 아니다.

-뉴욕역사박물관을 소개하자면.

"뉴욕역사박물관은 변하고 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이어온 박물관은 지난 10년간 사회와 대중에게 개방적인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7년간 이곳에서 일하며 변화를 실감했다. 아시안 이민역사 전시에서 보여주듯이 200년된 뉴욕 최장의 역사박물관인 이곳도 처음에는 외국인인 나를 쉽게 받아 들이지 못했다. 한번도 아시안 외국인을 채용한 적 없는 이 박물관이 나를 채용 했다.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시작한 개인적 경험 때문에 이번 아시안 이민역사 전시를 준비하며 공감해 울컥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는 "2016년쯤 오픈될 전시는 베트남전쟁을 주제로 한다"면서 "한국전쟁이야기도 담을 예정이다. 전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에 참전했던 한인들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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