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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호(서북미 문인협회)

끝이라는 곳

더는 떨어질 잎이 없는 가지라야
새순은 돋는다

올라갈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절벽이라야


터널은 바위를 뚫고 들어간다

절망 끝에 쓰러진 곳
그곳에도
다시 딛고 일어설 바닥이 있었다

끝이라는 곳
끝났어도 끝난 것은 아니다
길은
바로 그곳으로부터 다시 뻗어 나간다

만남의 끝 이별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진다

태양은 서녘으로
계절은 겨울로
끝났다 하는 곳에
새벽과 새봄은 기다린다.

모든 시작은 끝을 향하고
그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끝과 시작이 꼬리를 물며
우주의 끝에 닿았을 때
그곳에도 시작이 있어
끝이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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