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성에게 여성형 가슴이 생길까

근육맨도 아닌데…남달리 봉긋
가슴 달린 남자 말 못하는 고민

남자인 당신에게 어느 날부터 여성처럼 가슴이 불룩해지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난다면? 영화 얘기가 아니다. 실제 최근 여성형 유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이 늘고 있다. 여성형 유방은 남성의 유선조직이 지나치게 발달한 상태를 말한다. 보디빌더 처럼 대흉근이 큰 가슴과는 달리 여성 유방처럼 부풀어 보인다. 의학적으론 유두 아래쪽 부위가 지름 2㎝ 이상이어야 한다. 왜 남성에서 여성형 유방이 생기는지 원인과 대책을 알아본다.

◆ 여성형 유방은 호르몬의 장난?=남성의 유방조직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유선 자극과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유선 억제 작용이 균형을 이뤘을 때 정상 모양을 유지한다. 즉 여성형 유방은 여성호르몬 농도가 높거나 남성호르몬 농도가 낮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성호르몬 불균형이 잦은 사춘기 소년이다. 13~14세 소년 세 명 중 한 명꼴로 경험한다. 이땐 주로 한쪽 유방이 커진다. 최근 청소년 비만이 급증하면서 여성형 유방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단 비만이 원인일 땐 양쪽 유방이 함께 커진다.

성인에게서 여성형 유방이 나타났다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주로 중년 이후 생기는 여성형 유방은 간경화증, 갑상선.뇌하수체 기능 이상, 폐암.간암.고환암에 의한 호르몬 이상, 특정 약물 복용 등이 원인인데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양쪽 유방이 함께 커진다"고 설명한다. 원인 약물로는 위.십이지장 치료약인 시메티딘, 스테로이드 호르몬, 전립선암 치료로 사용되는 여성호르몬, 심장약.간질약 등 다양하다.

태어난 지 2~3주 된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여성형 유방도 있다. 이는 태아기 때 모체로부터 넘어온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이 밖에 노인 남성의 경우엔 남성호르몬 분비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여성형 유방이 나타난다.

◆ 원인별 치료가 원칙=비만이 원인일 땐 체중을 정상이 될 때까지 줄이는 게 해결책이다. 사춘기 소년에게서 생겼다면 일단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유방 X선 검사 등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또 호르몬 불균형이 심할 땐 호르몬 치료가 우선이다.

유방이 유선조직의 과도한 발달 때문에 커졌다면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유방 크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는 게 좋다.

질병 때문에 생긴 여성형 유방은 원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예컨대 갑상선 이상 때문일 땐 약물로 갑상선 기능을 정상화해야 하고, 암환자의 경우엔 암치료를 받으면 유방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약물이 원인일 땐 약물을 끊으면 좋아진다. 단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약물을 일시적으로 끊었다가 다시 복용하기를 반복하면 여성형 유방화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에게서도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는 "유방암 환자 중 1%는 남성이므로 한 번쯤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수술은 미용 목적으로 시행=청소년기에 많은 유방 비대는 20세가 되기 전에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3~4년 정도는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 호르몬 균형이 이뤄졌는데도 증식된 유선조직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미용상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수술로 문제의 유선조직을 제거해 줄 수 있다.

노 교수는 "미용상 신경이 쓰인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통상 여성형 유방을 발견한 지 1년은 관찰을 하며, 수술 여부는 이 시점부터 또 1년이 지난 다음 전문의와 상담한 뒤 결정한다. 수술은 유선조직의 발달 정도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초음파 지방흡입술을 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유선 조직 절제술을 병행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