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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들의 꿈]웨스트 코스트 트레일<1>

연습 산행 22차례 야영 훈련도 2회 마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1]

밴쿠버 아일랜드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은 세계적인 명성의 트레일 코스이다.
절경을 자랑하는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이지만 코스가 길고 어려워 쉽사리 택하기 어려운 코스이다.


밴쿠버 백패커즈 클럽 소속 4명의 대원이 한 달여의 준비 끝에 지난 7월1일부터 7월6일까지 이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다녀왔다.




백패커즈 클럽이 밴쿠버 중앙일보 창간 5주년을 기념하여 기고한 웨스트 코스트 기행문을 연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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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산행 22차례 야영 훈련도 2회 마쳐
가보지 않은 길 호기심과 불안으로 다가와


우리들은 늘 반복되는 듯한 일상 생활과 관성적인 삶을 살아가느라 그 너머를 보지 못하고 그저 사는데 익숙하기 일쑤이다.


여행은 그런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하나의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여행 중에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을 하지 않는 자는 심지어 세상이란 책의 한 부분 조차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한다.
여기서 가리키는 여행은 생각의 여행일 텐데 모든 여행이 다같은 여행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오랜 동안 삶을 여행으로 비유해 왔는데, 그 방식에 따라서 생각한다고 해도 자기자신을 향한 여행으로는 장거리 산행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자기자신을 향한 여행과 물리적 여행을 일치시키는 그런 여행을 하려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직한 채 하루 하루를 보낸다.


산행에서는 체력과 좋은 장비가 절대적이다.
특히 장거리 산행은 지구력과 강력한 다리가 무엇보다 필수이다.
20킬로그램 정도의 배낭을 멘 채 험한 지형을 계속 5-6일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 둘 사들여야 하는 산행 준비물로 적지 않은 돈이 나갔다.
그런 가운데 늘어나는 여러 가지 장비들: 레인 기어, 헤드 랜턴, 레인 커버, 정수기 등등... 작은 소품들을 익히는 것부터 지역 정보를 알기까지의 과정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흥분을 주었다.
철저한 정보 수집과 몸에 맞는 장비 선택이 고행일 수 있는 산행을 즐거운 여행으로 만드는 관건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연습 산행을 여전히 하는 가운데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또 지나간다.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오르는 연습산행 22차례(10번 정도는 실제 지고 가야 할 짐을 지고), 실전과 거의 같도록 계획한 야영 훈련도 2차례 마쳤다.


점점 약속한 날에 가까워 지자 기대감에서 오는 그 두근거림은 간혹 불안한 마음으로 변해서 날개까지 달고 날곤 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항상 설렘과 불안의 형태로 나른다.


늘산 박병준 선생님은 길 떠나는 우리를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직접 사냥을 해서 잡은 사슴고기와 곰 육개장, 그리고 포도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산행에 대한 경험담을 전해 주시는 가운데, 우리는 무척 잘 가꾸어진 좋은 집에서 창 밖으로 넘어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며, 잘 가꾸어진 세상과는 잠시 멀어지는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출발 전 날이다.
각자 장비를 거의 완벽하게 준비했고, 떠날 시간을 몇 시간 남겨둔 전날 저녁, 대원 중 한 사람인 길동의 집에서 장비 점검 및 무게 배분을 하기로 했다.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로웠었나...

아침에 짐을 꾸리는데 배낭 밑 아래 지퍼가 벌어지기 시작 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잠깐 당황스럽긴 했지만 곧 해결책이떠 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큰일을 앞둔 액땜이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마음을 가라 앉혔다.
결국 Mountain Equipment Cooperative (MEC)에가서 고친 후, 길동 대원의 집에 늦게 들어서니 다른 대원들이 모두 와 있었다.


등짐의 중량을 달고 초과된 물품은 덜어내고 수선을 피우는 가운데 벌써 허기가 지는 듯하다.
앞으로 허기질 일이 눈에 선한데... 길동씨 내외가 준비해 준 스테이크와 삼겹살로 몸 안에 영양분을 꾹꾹 축적 하면서 닥치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과 주의 사항들을 점검했다.


어둠은 이미 드리워졌고 이젠 우리의 두발과 등짐만을 생각하면서, 10시간 이내로 다가온 내일 일들을 하나씩 머리에 그려가면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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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하이커들의 동경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77km 트레일 코스 중 절반이 바닷가길
오르막 내리막길 이어져 첫날 가장 힘들어


◆첫 째날 7월 1일
고든리버에서 트레셔 코브까지(6km, 4시간 30분)


좀처럼 자명종을 사용하지 않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왠지 불안 하여 시간을 맞추고 잠을 청한다.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모르는 일들에 대한 상상을 수 없이 한다.

일찍 일어나서 매일 하는 샤워를 하면서 앞으로 며칠간은 그럴 수 없는 곳으로 들어 간다는 아쉬움에 짧은 시간이지만 샤워를 즐겼다.


식구들과 작별을 나눈 뒤 물 한 컵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고 예약을 한 7시 페리를 타고 슈와츠베이로 향한다.
갈라지는 흰 바닷물 포말을 보면서 다가올 모험에 대해 생각해본다.

포트 란프류까지 석기 대원의 능숙한 운전으로 3시간 만에 도착했다.
길은 잘 포장되어 있었지만 많이 구불거렸다.
속도 제한 표지판과 길 사정이 어딘지 안 맞는 듯했다.
밴쿠버에서는 속도제한이 너무 낮은듯한데. 드디어 레인져 오피스에 도착했다.
강 건너 우리가 갈 길이 있다.


12시부터 산행에 대한 1시간가량의 안전 및 트레일 사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아침부터 서두른 탓에 교육시간의 반은 석기와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우리들 4명을 포함해서 영국인 독일인 7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고 허가서에 사인을 마친 뒤, 예약하던 때에 받은 지도에 타이드(tide) 시간표를 받아 붙였다.
75 km에 이르는 트레일의 약 반정도가 바닷길 이다.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길은 썰물이 되어야 나타나므로 타이드 사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자동차는 유료주차장에 돌아 올 때까지 20불 달러에 보관 했다.


입장료는 이미 일인당 135 달러를 지불했지만, 앞으로 트레일 내에서 2번 사용하게 될 페리비로 30달러를 추가로 레인저 사무실에 지불하고 마침내 1시 30분에 출발을 하게 됐다.


우리가 달려야 할 구간은 총77km(트레일75km 더하기 트레셔코브까지 추가2km)로 사다리 38개, 나무다리 108개. 케이블카 5, 그리고 17km의 보드웍을 포함한다.


곰, 쿠거, 그리고 늑대의 발자국으로 동물을 식별하는 법도 익혔고, 화장실 사용시 휴지와 톱밥 한 국자를 넣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음식 먹은 후 설거지를 할 경우엔 모래로 그릇을 씻은 다음 바닷물로 헹구면 나머지 찌꺼기들은 바닷게들이 다시 정화를 시킨다는 것도.

만약에 쓰나미가 올 경우엔 8분 안에 산 위에 있는 대피소까지 배낭 버리고 줄행랑 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배웠다.

사무실 게시판을 보니 7월1일 까지 구조한 부상자가 23명이란다.
해가 갈수록 시설이 개선이 돼서 점점 부상자가 줄어드는 숫자지만 그 안에 우리가 들어가지 않기를 마음속 깊이 빌면서 출발 전에 간단한 체조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었다.

미리 약속한 대로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즐기면서 가기로 했다.


구암 대원을 선두로 그 뒤로 라즈, 길동, 석기 대원의 순서로 바로 뒤 따랐고, 한걸음씩 숲으로 온 정신을 발끝에 집중하여 한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서서히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란다.
그라우스에서 단련돼서 그런지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러나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사람의 기운을 빼놓는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짧아도 왜 어려운 길이라 했는지 알듯하다.
멀리서 배의 모터소리가 끝없이 들린다.
현대에서 완전히 속세를 떠난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하다.
그러기엔 과학문명의 편리함이 지구 구석구석까지 스며있다.
이 후미진 곳에도 옛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녹을 뒤집어쓴 동키 엔진, 그리고 여기저기 널 부러져 있는 부식되어가는 케이블들. 정상근처에서 산후안항구의 멋진 경치를 본다.


다시 숲길에서 캠프장으로 가기 위해 바닷길로 접어드는 길은 아주 많이 가파르고 약 50층 높이를 사다리로 한 칸 한 칸 공들여 타고 내려가야만 했다.
이 곳의 캠프장은 모두 바닷가에 있다.


전 구간 중에 오늘과 내일이 가장 어려운 구간이고 셋째 날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단다.

휴! 사다리를 만날 때 마다 온 신경이 손과 다리 그리고 등짐의 무게배분에 곤두선다.


편편한 모래밭을 찾아서 텐트치고 강물을 정수기로 정화시켜 알파인 후드와 함께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벌써 어제의 생활이 그리운지 이제 하루 지났는데 수평선을 바라본다.


머리 속 어딘가에 저장시킨다.

아직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나타나지 않았고 대원들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비좁은 잠자리에 들었으나 피곤한 몸이 이내 잠을 이루게 하지 않는다.


이 캠프장의 이름이 트래셔코브인 이유를 알게 해 주는 서라운드로 철석거리는 파도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옆 텐트의 사람들은 코를 골며 떨어 졌는데 나는 익숙하지 않은 낯 설은 잠자리 때문인지 잠을 설치고 있다.
더욱 우스운 건 여기까지 와서 왜 매일 하는 집안일만 생각나는 걸까?
참 무서운 것이 습관이다.


그럭저럭 둘째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정례=화이트락, 서광사 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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