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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들의 꿈]웨스트 코스트 트레일<4>

원주민 지역 니티넷 내로우에서 감자 요리가 3불

크립스크릭~ 츄지앗폭포까지(17km. 11시간)
넷 째날 7월 4일



원주민 지역 니티넷 내로우에서 감자 요리가 3불
생각보다 차지 않은 츄지앗 폭포물에 5일만에 머리 감아



오늘은 일정을 2일 앞당기기로 변경을 해서 긴 거리를 걸어야만 한다.


단단히 등산화 끈을 묶었다.
그렇지만 걱정은 안 된다.
난코스는 이미 끝났고, 날씨는 흐드러지게 좋고,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만 하면 되니까.

따뜻한 모닝커피로 마음의 여유까지 부려보고, 다시 석기님의 체조로 몸을 푼다.
그리고 발을 뗀다.
숲을 달린다.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앞에 숫자 70이라는 것은 우리가 108개의 나무 다리 중 이미38개를 통과했다는 의미이고 108이라는 숫자가 주는 동양에서의 의미를 이미 원주민들도 알았는지 우연한 일치이지만 신기하다.


길다랗고 메마른 보드웍을 통과하니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친숙한 사다리.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일상 건너야만 하는 것처럼 묵묵히 잡고 내려가고 다시 익숙한 자세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오히려 석기와 길동은 놀이터를 만난 듯이 능숙하게 올라가고 꼼꼼한 구암님은 아주 조심스럽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숫자를 센다면 아마 얼마도 못 가서 발병이 나련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또 다른 희망을 생각하며 삶이 넉넉지 않더라도 만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산길을 지나 다시 바닷길로 내려왔다.
모래 위를 걷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


속도도 안 나고 장다리도 쉬 피곤해지는 관계로 바닷가 가장 자리를 걷던지 아니면 작은 몽돌 위를 걷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38.5km 지점에서 비치 엑세스B로 올라 산으로 다시 가야 한다.
앞에는 엄청난 바위와 건널 수 없는 서지챠넬이 있기 때문이다.


산에 올라 유난히 낡은 보드웍을 걸으며 둘레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록을 본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 세트 같은 느낌이다.
허리 펴 하늘을 쳐다보고 싶어도 등짐 때문에 고개를 편하게 쳐들 수도 없다.
편치 않은 자세로 1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트래킹의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재미이기도 하다.
치와 강의 멋있는 다리를 지난다.
그리고 원주민 리저브를 통과한다.
작은 숲길 사이로 반대방향에서 오는 하이커가 한마디 던진다.


얼마 안 가면 맛있는 게 요리와 맥주를 즐길 수 있단다.
오고 가는 하이커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로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수집한다.


배가 보인다 그리고 그 넘어 짙푸른 물도. 이곳이 니티낫 내로우이다.
바다와 연결된 곳이다.
중간에 트레일을 나오고 싶으면 이곳이 유일한 외부와의 통로이다.
도착하자마자 우선 신발을 벗어놓고 양말까지 벗어 발을 쉬게 한 다음 새끼 발가락의 상처에 다시 밴드를 갈아준다.


배가 고파지는데 감자3 달러, 게 한 마리15달러, 연어 요리 15 달러 음식을 먹고 나니 왜 이리 허전한 지. 더 먹고 싶다는 석기를 말 리고, 구암님은 땀을 정말 많이 흘리신다.
항상 물을 챙긴다.
먹는 것보다 물이 더 중요하단다.
여기서 물을 사서 채웠다.
물 한 병에 2달러이다.
이 산속에서 참으로 적절한 가격이다.
여기서부터 한참을 달려야만 물을 구할 수 있다.
하이커들은 반드시 여기서 물을 채워야 한다.


7월 31일에 시애틀에서 노스 웨스트(Northt West)원주민들의 축제가 있단다.
각 부족들이 모여서 이 행사를 하는데 카누의 크기가 22피트~46피트로 60척이 모여서 떼지어 시애틀로 향한단다.
또한 우리들이 공원 측에 내는 입장료중의 극히 일부만 정부의 수입으로 되고 대부분은 트레일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급여와 트레일 보수 유지비용으로 충당이 된다고 한다.


이 트레일은 3개원주민 부족이 관리를 한다.
후아이앗, 디티닷, 그리고 파치닷 부족이다.
페리를 타고 건너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씩씩하게 내 달린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길을 바꿔 츄지앗 포인트로 향한다 그러나 이미 바다 길은 막혀버렸다.


바닷길 저편에 잘생기고 멋있는 바위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 타이드 시간과 맞지 않아 눈앞에서 바라 만 봐야 했다.
바다로 통과를 못하면 온 길로 되돌아 가야 하는데. 이곳 저곳 찾아도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난감해 하고 있는데 마침 우리 뒤를 좆아온 노만과 패트릭부자가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에 더 이상 오지 말라는 신호를 주고 물이 들어 와서 길이 막혔다고 말하자 아들이 길을 찾아 나선다.
커다란 바위 뒤로 아주 작은 길이 열려 있었다.
그 길을 통과하니 환하게 시야가 열린다.
츄지앗 폭포라고 한다.
하얀 포말이 보인다.
어느새 우린17km를 다 걸어 온 셈이다.
발걸음이 오히려 목적지를 앞에 두니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폭포는 정말 시원해 보인다.
이 많은 물들이 어디서 올까. 갈수기인데. 석기와 길동은 텐트를 쳐놓고 폭포로 몸을 씻으러 간단다.
한참 후에 돌아온 그들은 물이 생각보다 차지 않단다.
5일째 머리를 감지도 못했고 그 일조차 잊으려고 애를 썼는데 갑자기 머리가 감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내서 물가로 달려갔다.


시원한 마음으로 돌아오니 모두들 앞바다에 고래들의 노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고래가 품어대는 하얀 숨 기둥이 이곳 저곳에서 솟아 올라오는데 장관 이 아닐 수 없었다.


갑자기 고래사냥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옛날에 꽤 유행했던 노래다.
동해 바다로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그런 노래였는데 태평양은 우리나라의 동해와 연결이 되어있으니 그 노래 말이 절묘하다.


힘든 발 품을 팔아 여기까지 온 도시 사는 우리들에게 자연이 보여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을 또 다시 라면과 가루고기로 때우고 노을 지는 바다를 말없이 바라 본다.
음식 보관함이 너무 멀고 사람도 많아 오늘은 게으름을 피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장작불 옆에 놓고 하다가 보니 어느새 주위는 깜깜해져 옆집 영국인 에릭도 자고 그 뒤쪽 노만 부자도 자니. 우리도 각자 텐트로 기어들어가 출렁거리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자리에 들어갔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오정례=화이트락, 서광사 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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