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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 베이커산을 오르다'

베이커산 정상 등정기

'하얀 설원, 베이커산을 오르다'

'하얀 설원, 베이커산을 오르다'

이영근(일요등산클럽대장, 전 고신대학교 교수)

미국 워싱톤주 벨링햄에 만년설로 덮여 있는 아름다운 산, 베이커산(Mt. Baker, 3286m)을 언젠가는 꼭 등정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 일요등산클럽(자연사랑모임) 몇몇 대원들과 마침내 등정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른 봄과 늦은 봄에 걸쳐 수쿼미쉬(Squmish) 암벽등반, 시모어, 라이온스산 적설 등반 훈련, 두 번의 현지 답사를 한 결과 베이커산은 여름 철에만 산행이 가능하며 야간이나 우천시에는 위험 때문에 등반이 불가능하고, 1700m 이상 높이부터는 트레일이 없기 때문에 각 팀이 개척해서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8월 19일 토요일 아침 7시에 대장인 나를 비롯한 대원 에릭 카이렌(Eric Kyren), 노정윤, 정도근은 기본장비인 피켈(아이스옥스), 아이젠(12발), 헬멧, 로프, 텐트, 겨울 옷, 고도계, 네비게이션 등을 준비하여 베이커산을 향했다.



먼저 공원 사무실인 글레이시어 퍼블릭 센터 (Glacier Public Centre)에서 주차권을 구입 후 글레이시어 로드(Glacier Cr Rd)를 따라 약 25분간 운전하여 주차장인 헬리오트랍 리지(Heliotrop Ridge)에 차를 세웠는데 그곳이 이미 고도 1250m였다.

헬리오트랍 리지를 출발하여 숲 속 길을 3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다 벗어나니 눈 앞에 웅대하고 장엄한 빙하(glacier)가 펼쳐 지는데 이때가 오후 1시쯤 되었다.
빙하 시작 지점은 해발 1700m 이며 정상까지는 트레일이 없는 관계로 대원들에게 등반 안전을 강조한 후 각자의 몸에 로프를 묶어 연결한 후 아이젠을 신고 피켈을 들고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등반을 시작하였다.
곳곳에 얼음이 쫙 갈라지고 깊어서 한번 빠지면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빙하의 균열틈(crevasse)이 등줄기를 써늘하게 하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쿵 쿵’하고 눈 덩어리(avalanche)들이 굴러 내려 오는 것이었다.

오후 4시30분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해발 2450m였다.
눈사태의 위험과 주위 사방 10m 지점에 위치한 크레바스의 위험 속에 눈을 파내고 구덩이를 만들어서 베이스 캠프를 쳤는데 이곳은 밴쿠버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 사이의 계곡 부분이다.
꽁꽁 얼어붙은 눈을 몇 줌 떠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먹으니 저녁이 꿀 맛이다.
우리 텐트 주위가 크레바스로 둘러싸여 있어 위험하니 나다닐 때 조심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잠을 청하였다,
8월20일 새벽 5시40분, 한 대원이 포기한다고 하여 캠프에 남은 후 세 명의 우리 대원들은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정상을 향한 길은 남쪽 코스(south course)와 북서쪽코스(north-west course)가 있는 우리는 북서쪽 코스를 택했다.
캠프에서 정상을 향하는 수직 벽까지는 해발 고도 200m 직선거리 500m 인데 이곳을 통과하니 크레바스 지대가 끝나면서 해발 2700m가 되었다.
그러나 크레바스 지대를 통과했다는 안도보다 다 위험한 눈사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떨어지는 눈사태를 간신히 피하여 정상으로 이어지는 수직 빙상 벽까지 왔을 때는 해발 3000m였으며 이른 아침이라 태양과 함께 눈밭이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약 3286m 정상까지는 폭 1m, 60~70m의 수직 빙상 벽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차 잘못해서 한 사람이 넘어지면 굴비 묶듯이 같이 로프로 묶은 탓에 덩달아서 같이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피켈과 아이젠에 의지하여 이미 앞서 간 다른 팀들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빙벽을 올라가며 800m 아래를 보니 식인 상어의 ‘쫘악’ 벌린 입처럼 생긴 크레바스들이 언제나 내 밥이 오려나 라는 듯이 여기저기서 노려 보고 있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니 이 때가 오전 9시30분이었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에, 해냈다는 만족감에 그 동안의 고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어져 갔다.
하얀 설원에 생명체라고는 없는 정상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축구장 세 배만한 크기의 눈 덮인 광장이 있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누런 유황가스가 신기하기도 했다.
이미 먼저 정상에 오른 각국에서 온 다른 팀들은 국기를 정상에 세우고 감개무량해 하는 가하면 손에 손잡고 국가를 불렀다.
우리도 애국가를 부른 후 뿌듯한 마음으로 서둘러 하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산 도중 한 대원의 실수로 생명을 잃을 뻔한 대형사고 직전까지 갔으나 상호협력으로 위험 순간을 극적으로 잘 넘긴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2007년에는 더 많은 교민 등반가께서 합동 등반 클럽을 조직하여 베이커산의 정상을 밟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등산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빙하지대를 정상의 경치와 함께 보려면 헬리오트랍 리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약 3시간 정도 숲 속 길을 걸어 올라가다 벗어나면 록키에서 보는 빙하보다 몇 배나 웅장한 빙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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