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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고생 홈스테이서 성폭행 당해

삼촌이라 부르라던 학원 이사가 몹쓸 짓
학원장 부인은 증거 은폐 시도

코퀴틀람에서 홈스테이하던 한인 여자 유학생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의자 강재욱(43)씨는 부인과 함께 몇 년 전부터 홈스테이 학생을 받아왔으며 지난 해부터는 코퀴틀람에서 입시 전문 P학원을 운영 중이다. 부인은 원장으로, 본인은 이사로 활동 해왔다.

학생들은 강 씨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등 학교에 있을 때를 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피해를 당해 더욱 충격이 크다.

코퀴틀람 경찰은 관내 세컨더리 스쿨 학생 A양과 B양이 강 씨로부터 각각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강 씨를 21일 저녁 자택에서 긴급체포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일단 귀가시켰다. 사건을 추가 수사 중인 경찰은 이르면 내주 초 사건 경위를 공개할 예정이다.



강 씨는 지난 5월 홈스테이 식구로 새로 들어온 A양에게 접근을 시작했다. 당시 A양은 몸이 좋지 않아 자신의 방에 있었다.

함께 집에 있던 강 씨가 주는 감기약을 먹은 A양은 정신을 잃었고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의식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강 씨가 자신의 몸을 더듬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마수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집 지하에 설치된 사우나를 보여준다며 유인해 성폭행했고, 그 후에도 A양의 방을 찾아 몹쓸 짓을 저질렀다.

몸이 아파 조퇴하는 A양을 호텔로 끌고 가 제 욕심을 채우기도 하는 등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범행을 반복했다.

A양은 사실을 다 알리지 못한 채 한국에 있는 부모에 홈스테이를 옮기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부모는 '적응이 안 되어 그러겠거니' 하고는 큰 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A양은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강 씨의 범행은 A양의 오빠가 동생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드러났다.

오빠 C군은 누군가 메신저를 통해 동생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무심결에 화면을 봤다가 강 씨가 보낸 글을 발견했다. 강 씨는 메신저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너 없으면 못 살아" 등의 내용을 보냈고 B군은 심각한 사태를 부모에게 알렸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은 부모는 바로 밴쿠버로 오려 했지만 성수기라 항공권을 구할 수 없어 2~3일을 애태워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아내 강 씨의 대응은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편보다 한 술 더 뜬다는 것이 A양 부모의 주장이다.

아내 강 씨는 채팅 사실을 알게 된 부모와 A양이 대화하는 내용을 옆에서 감시하며 "둘이 서로 좋아서 그랬는데 이 일을 평생 가지고 살 테냐"며 "일이 알려지면 네 신세도 망친다"고 협박했다. 또 "엄마를 설득해 이미 보낸 채팅 증거를 다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사실을 숨기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밴쿠버로 날아온 부모는 처음에는 채팅의 수준으로만 알았다. 상황을 따지는 A양의 부모에게 강 씨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본인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했고 함께 자리에 나온 아내 강 씨도 "남편이 채팅에 중독됐다"며 부부가 울면서 손을 모아 용서를 구했다.

아내 강 씨는 충격을 받아 음독해 병원에 실려 갔다고도 했다.

학원과 홈스테이를 운영할 자격이 없으니 당장 문을 닫고 애들을 내보내라는 부모의 말에 강 씨 부부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며칠이 지나도 별 연락이 없어 어떻게 된 거냐는 A양 아버지의 전화에 아내 강 씨는 "얼마를 요구하느냐"며 태도를 바꿨다. 심지어 A양이 다니는 학원생들에게 "가디언 비를 주지 않으려고 별 핑계를 다 대고 집을 나갔다"고 A양을 흉보는 소문까지 냈다고 A양 부모는 말했다.

강 씨 집에서 나온 후에도 A양이 무언가 사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부모는 딸과 대화를 통해 그동안 더 큰 일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됐다. 부모와 A양은 사회복지사와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갔고 급기야 직접 경찰서로 찾아가 모든 내용을 이틀에 걸쳐 진술했다.

피해를 본 것은 A양 뿐이 아니다. 강 씨가 데리고 있는 또 다른 유학생 B양에게는 공부하느라 피곤하니 안마를 해주겠다며 B양의 방으로 들어와 몸을 더듬기까지 했다.

B양이 부모에 알리겠다고 소리지르며 저항하자 강 씨는 다른 사람에 말하지 말라며 물러났다.

현재 경찰의 가택수색에 이은 미성년자 접촉금지 명령 때문에 이 집에 머물던 학생들은 부랴부랴 다른 홈스테이를 구해 나간 형편이다.

그러나 학원은 피의자 강 씨가 구속된 동안만 문을 닫았다가 지금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에 계속 드나드는 모습을 본 A양 어머니는 "성범죄는 남편이 저질렀고 학원은 아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 학원까지 문을 닫게 하기는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지만 두 사람이 부부이고 함께 학원을 운영했는데 이렇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빨리 조치를 취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실을 확인하려는 전화 통화에서 학원 관계자는 "학원과는 관계 없는 개인 일로 알고 있다"며 대답을 피했고 부인 강 씨는 "학원이 잘 되자 경쟁업체에서 질투심에 낸 소문"이라며 "남편은 경찰에서 무혐의로 풀려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 홈스테이 가정은 "그동안 일부 청소년들끼리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주인이 없는 동안 놀다가 간혹 사고가 났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놀라워 하며 "조기유학이 많은 한인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 주위의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걱정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이광호 기자 kevin@joongan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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