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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편지] 코리안 디아스포라, 유쾌한 그녀의 K-Fiddle 여정기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한국의 전통악기인 해금 연주가로 활동 중인 오랜 친구가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녀는 유쾌한 성품과 열정으로 해금 연주 외에도 오타와 여성 합창단 음악 감독, 캐나다 한국문화원 강사, 유아 음악 교사 등 여러 영역에서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다. 거기에 K-Fiddle 유튜버로의 도전이 더해진 것이다. 그녀는 해금으로 다양한 곡을 연주한다. 한국 전통음악은 물론, 팝, 재즈, K-팝, 찬양곡, 동요 등에 재치 있는 연출을 더해 들려준다.

요즘은 유명 음악가와 연주 단체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온라인 콘서트 등을 통해 접할 수 있고, 재정적, 기술적 투자를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여타의 해금 유튜버도 여럿, 눈에 띈다.

그 가운데 그녀의 K-Fiddle 채널에 눈길이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전, 가족, 신앙 등의 말로 함축될 수 있는 한인 이민자로서의 삶이 그녀의 콘텐츠에는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코리안 디아스포라로서의 자의식과 자신의 삶을 통해 형성된 문화간 혼종성을 해금 음악으로 담아내려는 정성스러운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요나 BTS를 비롯한 K-팝 연주는 차치하더라도 캐나다의 국민 스포츠인 하키 리그 시즌에 맞춰 연출한 ‘The Hokey Song’이나 귀여운 캐내디안 제자들과 함께한 ‘A Million Dreams’, 지난 4월,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주에서 있었던 총기 참사의 한 희생자를 추모하며 연주한 ‘Remember me’와 같은 음악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녀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캐나다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해금을 통한 문화적 교감이 스며들기를 꿈꾼다는 점에 그녀의 K-Fiddle 채널이 가지는 특별함이 있다.

한국음악과 음악 교육을 전공하고 악단의 해금 주자로 경력을 쌓던 중, 이민은 그녀가 이뤄낸 모든 삶의 기반에서 분리되는 것이었다. 안정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괴리되는 과정에는 나름의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적응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 그녀 역시 그런 이민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민 이후의 삶은 꽤 오랫동안 그녀로 하여금 한국과 한국음악이라는 자의식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모든 이민자에게 새로운 자의식을 채우는 시간은 치열하다. 그녀 역시, 이민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 그리고 해금 연주가이자 음악 교육자로서 유아 음악 교육과 기독교 교육으로 캐나다에서 다시 학위를 받는 등 도전적이고 치열한 시간을 살아냈다. 그러나 그동안 캐나다인에게 그녀는 일반적인 음악 감독 혹은 음악 교육자였을 뿐, 한국 음악가로서 그녀를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그 시간이 이십 년 가까이 쌓일 즈음 비로소 캐나다인들이 그녀의 근원과 그녀가 연주하는 해금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문드문 연주해오던 해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연주하며 해금을 통한 문화적 소통을 모색하게 된 까닭도 거기에 있다.

해금은 두 줄의 현 사이를 활대로 오가며 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다. 왼손으로는 두 현을 움켜쥐고 현의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며 오른손은 활대를 잡고 두 현을 팽팽하게 오가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경계인으로서 두 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낼 딱 맞는 지점을 찾아내는 삶,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며 창조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삶이 디아스포라의 생이라면, 그 모습은 해금의 연주와 참 많이 닮았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서소선의 K-Fiddle 여정에 따뜻한 공감과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까닭이다.


심준희 / 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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