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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나성 유행가가 있었으면…

요새는 노래를 부른다면 당연히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 잡고 한 곡조 흥겹고 우아하게 뽑는 것이 순서이고, 그 덕에 전 국민이 가수가 되었지만, 우리 젊은 시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아주 원시적으로 소박하게 놀았다.

빙 둘러앉아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불러서 목 아프고 들어서 지겨운” 노래를 불러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다들 나름대로 흘러간 노래에 일가견이 있고, 18번을 한두 개씩은 꼬불쳐두고 있어서 그렁저렁 흥겨웠다. 술이 약간 들어가서 기분이 거나해지면, 이윽고 판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나그네 인생으로 태어나서, 타향살이 손꼽아 헤어보며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은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뒤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넘어서면, 눈 녹은 삼팔선의 밤에 목포의 눈물을 삼키면서 잊지 못할 판잣집에서의 하룻밤 풋사랑은 무너진 사랑탑이건만 오륙도를 돌아서면….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인생, 우리 사이에 저 바다만 없었다면, 어쩌다 생각이라도 나련만, 미련 없이 내뿜는 담배연기처럼 그렇게 돌아가는 삼각지에 찬비만 눈물처럼 내리더란 말이냐, 아, 밤비 밤비… 그래도 아침이슬은 알알이 맺히는데 하얀 손을 흔들며 떠나간 친구의 모습은 정녕 흩날리는 꽃잎 위에 아른거리더라, 물 쫌 주소!



이렇게 삼지창에 굴비 꿰듯 가요 반세기를 뚜르르 엮어가노라면 어느새 후딱 시간이 흘러가버리고 만다. 가슴에 맺힌 체증이 스르르 내려가듯 흥겨운 일이다. 그 시절에는 그래도 기계에 휘둘리지 않고 음정 박자 가사 율동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주체적인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흔히 유행가 가사는 눈물범벅 신파조의 사랑타령이어서 저속하다고 여기는 시각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중가요 가사는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가장 살아있는 언어이다. 그래서 국문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어학자 한성우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라 할 수 있는 1923년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의 최신곡까지 2만6000여곡의 가사를 수집해 언어학적으로 분석해 ‘노래의 언어’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결과가 참 재미있다.

가령, 유행가의 내용은 ‘사랑’이 대부분으로, 노래 제목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 1위는 단연 사랑이었고, 사랑이 가사에 포함된 노래가 전체 가요의 65%에 달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랑은 일상에서 104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에 불과하다는 식이다. 그만큼 현실에서 자주 듣지 못하는 사랑을 노래를 통해 듣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유행가에는 시대성이 담겨 있고, 지역적 특성도 나타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성이나 뉴욕을 배경으로 한 노래는 거의 없다. 세샘트리오의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가 잠깐 인기를 모았었고, 김학송씨가 작곡하고 남일해가 부른 ‘나성부르스’라는 곡도 있었지만 유행하지는 못했다.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고 우리의 특수한 정감을 담은 나성 유행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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