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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아! 하늘

아! 하늘

조그만 싹 힘겹게 올라올 때
맨 처음 하늘이 보았다
잎사귀 자랄 때도 하늘이 보고 있었고
꽃이 필 때도 숨 죽이고 바라본 건 하늘이었다
꽃이 질세라 잠 못 들고 애탄 것도 하늘이었다
행여 목 마를까 비뿌린 것도 하늘이었고


뙤약볕에 쓰러질까 구름 띄운 것도 하늘이었다
모두는 지나쳐 바쁜 걸음으로 가고
널 지키고 보듬은 건 처음부터 하늘이었다
싹은 솟고, 꽃은 피어 나는데
시간은 아득히 흘러 언제인가
누군가 태어나 자라고, 아프고 행복하고
넘어지고, 슬프고, 미워하고, 울고, 웃던
그대를 바라본 건 하늘 이었다
꽃이 꽃이 된 것은 꽃이 아닌 하늘이었고
나를 나 되게 한 것도 내가 아닌 하늘이었다
돌아보니 다 지나고 사랑만 남았다

Memorial day가 끼인 연휴 때는 꽃도 심고, 나무도 다듬고, 나무와 작은 묘목 밑에 murch도 덮어주고 정원 관리를 한다. 지난주 수요일 오전 'Murch Center'에서 전화가 왔다. 주소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드라이브웨이 오른쪽에 murch를 내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6cubit을 오더했는데 집에 와 보니 엄청난 양의 murch가 쌓여있었다. 반만 오더했어도 충분 했을텐데 순간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이 많은 양의 murch를 언제 다 옮겨놓지? 머리 속이 하얗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날로부터 3일 동안 양쪽 팔에 알이 배길 정도로 murch를 나르고, 구석 구석 쌓고, 또 쌓았다. 나는 아내와 끔찍하게 쌓인 murch가 점점 줄어드는것을 보며 "시작이 반이야"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옆집 Danial이 엄지 척하며 미소를 보낸다. 바닥을 드러낸 murch를 보고 허리 펴고 고개를 들었다.

아! 하늘.

파란 물감이 시원하게 번진듯 내 머리 위 하늘은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게다가 매화 향기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하늘은 내게 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햇빛 긴 줄기 쏟아주는 하늘이 좋다. 지친 하루의 피로와 고뇌도 씻은듯 내게 위로와 회복이라는 선물을 주는 하늘은 어머니의 품 같다. 하늘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을 가지고 있다. 하늘은 큰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하늘은 침묵하지만 잔잔히 등 토닥이며 이야기 하기도 하고, 버럭 소리를 내며 화를 내기도 한다. 하늘은 연못 위에도 살고, 당신의 눈 속에도 담겨진다. 깊은 호흡으로 하늘은 내 온몸에 퍼지기도 한다. 하늘은 내 어머니가 계신 곳이고, 내 큰누이가 아직 살고 있는 곳이다. 일찍 세상을 다녀간 내 아버지가 검지로 동그란 안경을 올리고 어찌 살고 있나 날 내려다 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엔 올라갈 수 없다. 아무리 긴 사다리로 오른다 해도 30FT 정도다. 비행기를 타면 하늘의 부분을 느낄 수 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면 땅 위의 모든 것들은 점이고 티끌이다. 높고 낮음도 없다. 부한 것도 가난한 것도 셈 할 수 없다. 제임스네 빌딩이 3층인지, 시어즈 타워가 108층인지, 우리집이 2층집인지 전혀 구분이 없다. 단지 구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느낄 뿐이다. 보이지 않지만 그곳엔 생명이 있다. 자라고 고치고 열매 맺는 환희가 있다. 매 순간 잎이 생기고 꽃몽오리가 펴지고 새 생명이 태어난다. 장난꾸러기 손자 벤자민, 티비도 어여쁜 손녀 샤렛도 그렇게 이 세상에 왔다. 사랑의 눈으로, 애틋한 관심으로 먼저 내려다 본건 바로 하늘이었다. 하늘은 모든걸 품고, 견디고, 축복하고, 사랑한다. 나는 데크에 앉아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 봄에도 아낌없는 하늘 사랑에 감사한다. 그 사랑에 힘입어 우리 모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눅 들지 말고 자라고 꽃 피우고 성숙해 지리라 다짐해 본다.

아! 하늘이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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