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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코로나가 바꿔 놓을 영화의 미래

영화 ‘사냥의 시간’을 아직 못 봤다. 보려고는 했다. 코로나 여파로 극장 개봉을 연기했던 이 한국영화가 논란 끝에 지난달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였다. 한데 그날따라 주의가 산만했다. 업무용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올 때마다 영화를 멈추고 휴대폰을 확인하다 보니, 결국 20분이 채 못 돼 재생을 중단하고 말았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인 이 영화의 도입부에 낯익은 서울 풍경이 색다르게 녹아든 모습을 눈요기했을 뿐, 무슨 범죄를 벌이고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한 채였다.

영화관에서라면 달랐을 것이다. 다른 관객 때문에라도 휴대폰 사용을 자제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미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끝까지 정주행했을 것이다. 새삼 깨닫는다. 영화관에 간다는 건,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격리된 채 독점적으로 2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란 걸. 변명 같지만 요즘 독서가 힘들어진 이유도 비슷하다. TV와 달리 영화나 책을 보다 중간에 휴대폰 검색 같은 걸 했다가는 몰입을 망친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영화가 TV보다 인쇄매체와 가깝다는 걸 일찌감치 1960년대에 간파했다. 영화·인쇄매체·라디오 등을 ‘핫(hot, 뜨거운) 미디어’로, TV·만화·전화 등은 ‘쿨(cool, 차가운) 미디어’로 부른 사람이 그다. 왜 뜨겁고 차가운지는 지금도 설명이 쉽지 않지만, 핫 미디어는 일단 정보의 밀도가 높다.

맥루한에 따르면 “작가나 영화감독의 일은 독자나 관객을 그들이 속해 있는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놓는 것”,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실 세계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반면 쿨 미디어인 TV보기를 그는 쇠라나 루오의 그림에 견주었다. 정보의 밀도가 낮아 추상예술을 볼 때처럼 수용자가 채우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릇이 바뀌면 내용도 바뀔 수 있다. 영화관이라는 몰입도 높은 환경을 누려온 영화도 마찬가지다. 버라이어티가 지난주 보도한 미국 리서치 업체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관객은 이미 달라졌다. 이 조사에서 신작 영화 기대작이 비슷한 가격에 온·오프 동시 개봉할 경우, 집에서 온라인으로 볼 것 같다는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영화관에서 볼 것 같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17%는 불확실하다는 답변이다.

나도 늘 주의산만한 불량 관객은 아니다. 지난 연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아이리시맨'은 장장 3시간 29분의 상영시간을 단박에 정주행했다. 범죄 세계의 비정하고도 끈끈한 인간관계를 다룬 이런 영화를 보며 직장생활에 대한 은유를 떠올리기 좋아하는 취향인 데다, 지미 호파라는 실존인물의 고집불통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알 파치노의 연기는 역시나 감탄스러웠다. 그래서라도,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뿌듯했을 것이다.


이후남 / 한국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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