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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출근하는 홈리스

업소 앞에 홈리스 텐트가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새로 생긴 텐트에 사는 홈리스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는 가볍게 눈인사도 할 정도다.

그런데 아침에 잠깐 본 한 홈리스는 낮 동안 보이지 않는다. 가끔 운영하는 업소 밖으로 나가서 공기를 쐬면서 홈리스 텐트를 보지만 그 텐트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의 다른 텐트들을 보면 음악소리도 들리고 뭔가 만들어 먹는 모습도 보였다.

낮에는 안 보이지만 저녁 7시쯤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면서 보면 텐트 안에 그가 있다. 다른 홈리스들과는 달리 그는 하루종일 어딘가를 갔다가 저녁에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달랐다. 요즘 텐트 치고 사는 홈리스들이 그렇듯이 행색이 나쁘지가 않다. 그가 텐트에서 산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전혀 홈리스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옷이 깨끗하다.



얼마 전 가게 문을 닫고 나오다가 우연히 그와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낮에 어디를 다니냐고 했더니 직장에 간다는 것이다. 바디숍에서 일한다고 했다. 궁금증이 더 생겼다. 직장이 있는데 왜 홈리스 생활을 하냐고 물었다. 그는 룸메이트와 함께 방을 얻어 살 정도는 벌지만 그 돈이 아까워 텐트 치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은 돈은 과테말라 부모에게 보낸다고 했다. 미국에서 몇백 달러는 큰 돈이 아니지만 고향 집 식구들에게는 거액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 자신은 힘들게 고생하면서 고국의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했다. 갑자기 홈리스에 대해 가졌던 선입감과 편견이 부끄러웠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그와 같이 생활하는 홈리스 직장인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그 후로는 그런 홈리스를 보지 못했다.


최성중·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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