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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다가오는 미래가 '불편한' 이유

류정일 / 경제부 부장
류정일 / 경제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0/0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9/30 18:42

중앙일보가 창간 45주년을 맞아 지난달 20일 선보인 디지털 특집은 중년 이상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빠르게 발전하는 미래 기술을 알기 쉽게 소개했다. 이중 사람들이 미래에 실현되길 바라는 것들로 자동으로 청소가 되는 집, 체내이식 장치, 드론 타입의 항공 택시, 로켓 해외여행 등이 꼽혔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 상상화 그리기를 할 때처럼 유치했던 장면들이 조금 더 현실로 다가온 기분이었다.

기술의 발달은 분명 편리한 부분이 많다. 어릴 적에는 권당 족히 1000페이지는 될 것 같은 가정의학대백과사전이 전집으로 10여권씩 가정집 책장에 꽂혀 있었다. 몸이 아프면 증상에 따라 이 책, 저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라도 스마트폰 앱만 열면 궁금증이 해소되는 말 그대로 백과사전이 손 안에 들어왔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최근 공개된 아이폰11 프로도 살펴보니 후면 카메라가 셋이나 된다. 광각 렌즈를 탑재해 와이드 앵글로 촬영이 가능해졌다.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세상은 열광한다. 최근 상용화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만 봐도 미래의 초연결사회로 나아갈 길이 열렸다고 모두들 들떠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싸늘한 기분이 든다. 뭔가 빠진 듯하다. 나아진 기술이 선사하는 미래를 과연 우리는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묘한 불안감이 드는 이유는 급변하는 기술과 그 속도만큼 진화하지 못하는 인간 인식 사이의 간극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돌아보면 과거에는 지금과 같이 심각한 은둔형 외톨이나 게임 중독자는 없었고 인터넷 문맹이나 디지털 프라이버시는 물론, 혐오든 가짜든 화제만 모으면 떼돈을 버는 '관심경제' 같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해 미래로 향하는데 우리는 과연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일군의 작가들은 열심히 제시해주고 있다. SF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비롯해 네뷸러, 로커스, 스터전 시상식에 등장하는 작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 속 아바타가 인격을 갖게 된다면, 양자 붕괴로 평행우주가 열려 수많은 '내'가 생긴다면, 1초 전 과거에서 보낸 신호를 감지해내는 '예측기'가 휴대폰처럼 보급된다면 처럼 비범한 질문을 던지고 깊은 연구와 사색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테드 창이 쓴 소설은 휴대폰처럼 생긴 예측기가 게임기만큼 흔해지지만 이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얼마나 훼손하는지 가감 없이 묘사했다.

지난해까지 휴고상을 사상 처음 3년 연속 수상한 대업적을 이룬 작가 노라 제미신은 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전 인류적 파국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을 재조명했다. 그의 수상작 '다섯 번째 계절' 속 배경은 수 세대에 걸쳐 자연 재해가 끊이지 않는 미래지만 소설은 여전히 사람 사이에 멸시와 차별이 존재하고 재난을 이겨낼 방법을 알면서도 부유하는 인간상을 보여줬다.

전쟁사가로서 '일본제국패망사'를 쓴 존 톨랜드는 "역사에서 단순한 교훈은 없으며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미래에도 과거와 현재의 인간 본성이 그대로 반복된다면 그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혜안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미리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비슷한 이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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