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육자들의 학부모 이야기…"자녀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녀·학교 정보는 교사에게 직접 확인하고
대학 전공.직업은 하고싶은 분야 지지해야
교직은 전문직… 사회적 책임감 감당해야
유 교장은 오 박사가 윌턴플레이스에서 재임 중일 때 맡은 2학년 반 학생이었다. 교육자로 일한 지 23년째인 유 교장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인 지난 2002년 교사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밀켄재단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교사상'을 받은 교육자이기도 하다.
또 이 자리에는 3가초등학교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노먼디초등학교에서 인턴으로 채용돼 특수아동반을 맡고 있는 해나 신 교사도 오 박사의 막내 제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과 만나 학교 생활, 교사가 된 이유, 교육자로 한인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들었다.
-교사와 제자 관계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또 교육계 선후배 관계가 됐다.
오 "너무나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내 제자들이 이렇게 훌륭한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게 자랑스럽다."
박 "어릴 때 오 박사님을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다.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하나씩만 들려달라.
박 "돌아보면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교사였다. 나 같은 경우 5학년 때 이민와서 새로운 문화나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때마다 찾아가서 말할 수 있던 사람이 바로 오 박사였다. 어릴 때 꿈꿨던 외교관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는 생각에 교육자가 됐던 것 같다."
유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까다롭지 않았다. 당시 오 박사는 토요일만 되면 학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서점 등을 자주 갔는데 너무 좋았다. 공부도 재미있었고 학교가는 게 좋아서 주말이 싫었을 정도다. 그런 기억 때문에 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는 지 모른다."
신 "내게 학교는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었다. 오 박사가 교장이었기 때문에 직접 배운 기억은 없지만 항상 학교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학생들을 챙긴 게 기억에 남는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닌 교육자의 길을 가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유 "하하하. 부모님은 내 결정을 항상 지지해 주셨다. 오히려 교사가 된다고 하니 '교사는 단순히 읽고 쓰는 걸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다. 사랑을 나눠주는 일'이라고 가르쳐줬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지지해준 게 큰 힘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오 박사가 멘토로서 좋은 조언과 지지를 해줘서 든든했다."
박 "이민자의 자녀가 진출할 수 있는 전문직이 당시에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행정직으로 진출하는 한인 교육자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자가 되려는 학생은 부모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도전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교직을 생각한다면 힘들 수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 도전한 일은.
박 "교회에서 여름성경공부나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게 맞는 일인지 확인했다. 대학 진학 전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은 '교직'을 내 미래의 직업으로 결정지을 수 있게 한 힘이다."
유 "현장에서의 경험은 필수다. 나 역시 교회에서 교사로 활동했고 인근 고등학교에서 인턴십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또 행정직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하며 경험과 이론을 함께 배워나갔다. 모든 학교는 도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근 학교에 찾아가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면 대개 허락해준다."
신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부터 KYCC 등 한인 커뮤니티 단체를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장애인 교육 분야에 대한 진출이 미비하고 필요한 손길이 많다는 걸 실감하고 지금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교직을 꿈꾸는 고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교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내 딸도 교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거주지 인근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면 교직이 내가 맞는 직업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직은 과소평가된 전문직이다. 안정적이고 연봉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육자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만큼 책임감도 따르는 직업이기도 하다. 나 역시 매일 850여 명의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신 "특수아동교육직의 경우 사명감과 열정, 책임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 수 있다. 학업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학교에서의 생활, 일반 생활을 가르쳐야 한다. 다른 장애인 학생을 도와줄 만큼 괜찮은 학생도 있지만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현장 경험을 많이 쌓고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자이자 부모로서 한인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만 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유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내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고싶은 일을 해야 그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좋은 대학이나 특정된 전공을 공부하라고 강요하기 보다 자녀가 행복해하고 몰두하는 분야를 찾아 이끌어줬으면 한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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