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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육자들의 학부모 이야기…"자녀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녀·학교 정보는 교사에게 직접 확인하고
대학 전공.직업은 하고싶은 분야 지지해야
교직은 전문직… 사회적 책임감 감당해야

지난 9일 한미교육자협회(KAEA) 세미나가 열리던 윌턴초등학교 한쪽 방에는 오랜만에 만난 사제 모임으로 시끌벅적거렸다. 3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잘 알려진 수지 오 박사와 엘렌 박 시더레인아카데미 교장, 제니퍼 유(한국명 정은) 웰비웨이 초등학교 교장이 주인공이다. 박 교장은 오 박사가 호바트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가르치던 시절 담임을 맡았던 5학년 학생이었다. 박 교장은 후버초등학교와 윌턴플레이스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가르치다 LA동부 지역인 하시엔다의 웨지워스 초등학교의 교장직을 거쳐 시더레인아카데미로 부임한 30년 경력의 교육자다.

유 교장은 오 박사가 윌턴플레이스에서 재임 중일 때 맡은 2학년 반 학생이었다. 교육자로 일한 지 23년째인 유 교장은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인 지난 2002년 교사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밀켄재단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교사상'을 받은 교육자이기도 하다.

또 이 자리에는 3가초등학교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노먼디초등학교에서 인턴으로 채용돼 특수아동반을 맡고 있는 해나 신 교사도 오 박사의 막내 제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과 만나 학교 생활, 교사가 된 이유, 교육자로 한인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들었다.

-교사와 제자 관계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또 교육계 선후배 관계가 됐다.



오 "너무나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내 제자들이 이렇게 훌륭한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게 자랑스럽다."

박 "어릴 때 오 박사님을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다.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하나씩만 들려달라.

박 "돌아보면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교사였다. 나 같은 경우 5학년 때 이민와서 새로운 문화나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때마다 찾아가서 말할 수 있던 사람이 바로 오 박사였다. 어릴 때 꿈꿨던 외교관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는 생각에 교육자가 됐던 것 같다."

유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까다롭지 않았다. 당시 오 박사는 토요일만 되면 학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서점 등을 자주 갔는데 너무 좋았다. 공부도 재미있었고 학교가는 게 좋아서 주말이 싫었을 정도다. 그런 기억 때문에 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는 지 모른다."

신 "내게 학교는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었다. 오 박사가 교장이었기 때문에 직접 배운 기억은 없지만 항상 학교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학생들을 챙긴 게 기억에 남는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닌 교육자의 길을 가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유 "하하하. 부모님은 내 결정을 항상 지지해 주셨다. 오히려 교사가 된다고 하니 '교사는 단순히 읽고 쓰는 걸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다. 사랑을 나눠주는 일'이라고 가르쳐줬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지지해준 게 큰 힘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오 박사가 멘토로서 좋은 조언과 지지를 해줘서 든든했다."

박 "이민자의 자녀가 진출할 수 있는 전문직이 당시에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행정직으로 진출하는 한인 교육자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자가 되려는 학생은 부모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도전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교직을 생각한다면 힘들 수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 도전한 일은.

박 "교회에서 여름성경공부나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게 맞는 일인지 확인했다. 대학 진학 전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은 '교직'을 내 미래의 직업으로 결정지을 수 있게 한 힘이다."

유 "현장에서의 경험은 필수다. 나 역시 교회에서 교사로 활동했고 인근 고등학교에서 인턴십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또 행정직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하며 경험과 이론을 함께 배워나갔다. 모든 학교는 도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근 학교에 찾아가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면 대개 허락해준다."

신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부터 KYCC 등 한인 커뮤니티 단체를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장애인 교육 분야에 대한 진출이 미비하고 필요한 손길이 많다는 걸 실감하고 지금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교직을 꿈꾸는 고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교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내 딸도 교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거주지 인근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면 교직이 내가 맞는 직업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직은 과소평가된 전문직이다. 안정적이고 연봉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육자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만큼 책임감도 따르는 직업이기도 하다. 나 역시 매일 850여 명의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신 "특수아동교육직의 경우 사명감과 열정, 책임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 수 있다. 학업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학교에서의 생활, 일반 생활을 가르쳐야 한다. 다른 장애인 학생을 도와줄 만큼 괜찮은 학생도 있지만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현장 경험을 많이 쌓고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자이자 부모로서 한인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만 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유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내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고싶은 일을 해야 그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좋은 대학이나 특정된 전공을 공부하라고 강요하기 보다 자녀가 행복해하고 몰두하는 분야를 찾아 이끌어줬으면 한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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