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달러 운동화가 3000 달러로 폭등
운동화 매니어 '스니커헤드'의 세계
LA에만 10만여 명 추정
희귀품 사려 밤새기 일쑤
인기품 1000달러 마진도
새벽 1시 반부터 행렬에 합류한 유철영(25)씨는 "이번에 나오는 신발은 마이클 조던이 1997년 NBA 결승 5차전에서 신고 나왔던 것이다. 당시 조던은 식중독에 걸려 부축을 받으면서도 38 득점을 했다. 전설적인 농구화다"라고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역사와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화 수집은 이미 전세계적인 취미이자 거대한 시장이 됐다. 대표적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사고 판 운동화는 최근 1년 간 630만 켤레에 달하고 매출액은 4억 달러에 이른다. LA지역에서만 운동화를 수집하는 인구가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는 수백만 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화에 '미치는' 것일까?
▶스니커헤드=운동화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스니커헤드(sneakerhead)라고 불린다. 농구가 좋아서 농구선수 신발을 보고, 힙합음악이 좋아서 래퍼들이 신은 것을 보고, 혹은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타의 영향을 받아서. 다양한 이유로 그들은 신발에 빠져들었다. 40여 명의 한인들로 이루어진 스니커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장원효(31·디자이너)씨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신발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진다"고 말했다.
▶줄서기에서 추첨권으로=스니커헤드들은 신발을 사기 위해 며칠을 길에서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15년 간 신발을 수집한 알버트 김(24·학생)씨는 "2005년 티파니라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 꼬박 이틀을 길거리에서 기다렸다. 아직도 그 신발을 한 번도 신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 줄서기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 2014년에는 시카고에서 호세 멘도사라는 남성이 신발을 사려다가 돈을 빼앗기고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신발 발매 3일 전에 추첨권을 나눠주고 당첨된 사람만 신발을 구매할 수 있는 '복권제도'가 정착됐다.
▶수백 배 뛰기도=2009년 레퍼 칸예 웨스트는 나이키와 합작해서 '에어 이지'라는 운동화를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신발 발매 이후 칸예 웨스트가 나이키와 결별하면서 희소가치는 올라갔다.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올라서 현재 가격은 3000달러다. 에어 이지의 원가는 50달러 정도다. 정식 발매가는 200달러 남짓한 신발들이 '귀하신 몸'이 되는 것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신발의 가격은 치솟는다. 이런 상황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5년 전부터 신발 수집을 해온 제이 리치씨는 "신발을 사서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신발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신발의 경우 보통 켤레 당 100달러의 이윤이 남는다. 희귀한 신발의 경우는 정가보다 1000달러를 더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신발의 원가는?
1000달러를 훌쩍 넘기는 희귀 신발들의 원가는 얼마일까. 최근 스니커 전문매체 소울리뷰(solereview.com)는 세관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신발들의 생산가격을 공개했다. 발매가가 350달러며 실거래 가격이 1500달러에 달하는 '이지 부스트 750'의 원가는 76달러다. 발매가가 180달러며 350달러에 거래되는 '울트라 부스트'의 원가는 43달러였다. 19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에어 맥스 2016'은 생산가가 33달러에 불과했다. 190달러에 발매됐으며 색배합에 따라서 1000달러가 넘어가기도 하는 베스트셀러 신발 '에어 조던 1'의 생산가는 30달러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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