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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죽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

정구현 / 사회부 부장
정구현 / 사회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6/06/13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6/12 21:14

"왜 죽으려고 하죠?"

론니 샤벨슨(64) 박사는 앞으로 환자에게 이 질문만 하겠다고 했다. 샤벨슨 박사는 가주 존엄사법이 시행된 9일 북가주 버클리에 첫 존엄사 전문 병원(Bay Area End of Life Options)을 개원했다. 법 시행으로 그의 병원에선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시한부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사약을 처방할 수 있다.

그는 존엄사만 진료하기 때문에 병원에는 말 그대로 '죽으러 찾아오는 환자들'만 있게 된다.

병원 개원 소식이 전국적인 뉴스가 되면서 존엄사 논란이 새삼 불거졌다. 같은 사실을 놓고 언론 보도는 엇갈렸다. 포브스지는 그를 '아름다운 죽음 전문의(Good Death Doctor)'라고 했고, 의료전문매체 피어스헬스케어는 '죽음을 돕는 의사'라고 했다.

전국적인 비난을 감수하고 그가 병원을 연 이유가 궁금했다. CNN과 한 인터뷰를 꼼꼼히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병원은 죽음을 돕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누군가는 옳은 일을 해야했다. '제발 내게 치사약을 처방해달라'는 환자에게 차분히 앉아서 다른 대안들을 설명해줘야 했다. 과연 치사약 복용만이 유일한 선택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병원을 열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는 오랜 존엄사 지지자다. 1994년 '선택한 죽음(A Chosen Death)'라는 책을 써서 치사약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을 찾는 시한부 환자들의 실상을 고발하기도 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고통'들을 만났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고통이 치사약 처방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왔거나 받을 예정인 환자를 우선 순위로 진료한다. 고통에 맞서서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온 환자여야만 '인간답게 죽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존엄사 병원의 문을 연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의사들 때문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병원과 전문의들은 존엄사법을 불편해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과 상담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의사들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의사로서 누구나 처음 환자 피를 뽑을 때나 내장을 꺼낼 때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존엄사 역시 우리 모두 처음 경험하는 첫 의료절차다. 만약 어떤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환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환자를 진료해야하는지 정확히 배워야하는 것은 의사로서 의무다."

존엄사법은 의사에게 자율권을 허락했다. 상담이나 치사약 처방을 거부할 수 있다. 반대로 상담과 처방을 해야할 경우 지켜야 할 절차나 작성해야할 서류 등 규정은 아주 복잡하다. 샤벨슨 박사가 '배워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존엄사법 시행 이틀 전 한인 전문의들에게 진료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었다. 한인 의사들 역시 존엄사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내기조차 꺼려하고 있다고 했다. "존엄사를 진료하거나 치사약을 처방하는 한인 의사는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제 법적으로 존엄사 찬반 논쟁은 의미가 없다. 물론 존엄사가 시행됐다고 해도 의사는 여전히 진료를 거부할 순 있지만, 최소한 다른 전문 병원을 안내하거나 법적인 절차만큼은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기위해서라도 한인 의학계에서는 공개 토론이나 세미나를 열어 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존엄사에 반대하는 한인 의사라면 더더욱 배움의 계기가 필요하다. 죽기 위해 병원을 찾아오는 한인 환자들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 때문이다.

"왜 죽으려고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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