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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그 후] 얄궂다…'효심' 부정해야 무혐의?

유타주 노모 '방치 사망' 사건본지 7월15일자 A-1면>으로 기소된 전재주(67)씨는 지역사회에서 '효자'로 알려져 있다.

현지 한인들은 전씨 부부가 "40년간 노모를 극진히 모셨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한 식당 업주는 "부부는 모텔 운영하랴 노모 돌보랴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지만 불평 한마디 안 했다"면서 "갖은 고생한 것을 동네 한인들은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칭찬과 검찰의 설명은 정면으로 대치한다. 지난 2월14일 전씨의 모친 신 할머니(당시 96세)는 전씨가 운영하던 모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탈수와 영양실조'.

검찰은 그를 2급 과실치사와 방치에 의한 노인 학대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혐의 대로라면 최대 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노모를 병원으로 모시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가까이서 모시는 게 도리지, 영어 한마디 못하는 노모를 병원으로 보낼 수 없었다"고도 했다.

노부모를 모셔본 사람은 그의 주장이 일견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에 식욕을 잃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한국 정서상 노부모를 곁에서 모시지 않는 것은 불효다.

그의 '효'는 법정에서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을 맡은 솔트레이크카운티 브래드 쿨리 검사에게, 전씨의 상황 설명을 옮겼다. 그는 "모든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부주의(reckless)를 정당화할 수 없다(unjustifiable)"고 했다. 그리고 '방치(neglect)'의 법적 정의가 '내버려 둔다'는 사전적 정의와 다르다는 것을 주지했다.

유타주 형법(76-5-111)에 따르면 방치는 취약한 성인(노인)을 시의적절하게 치료하거나 돌보지 못한 죄다. 그 '돌봄의 정도'는 합리적인 보호자(caretaker)라면 응당 취했을 행동들을 뜻한다.

쿨리 검사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노모를 병원이나 전문 치료시설로 옮겼을 것"이라며 "언어 장벽이 있다 해도 통역관이나 다른 대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 슬픈 현실은 전씨가 스스로 노모를 40년간 잘 봉양했다고 항변하면, 거꾸로 전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보호자'라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치'의 법적 해석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

한인 변호사들은 전씨가 무죄를 입증하려면 '전략적 변론'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노모를 돌보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해야 한다고 했다. '돌보라고 맡겼던 직원의 실수'이거나, '노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다'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들에게는 이도 덧없는 것일 수는 있다.

유타주 노모 방치 사건은 60대 자식들이 90대 부모를 모시는 작금의 노노(老老)가정이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전씨에게 '불효자'라고 손가락질만 한다.

사건이 묻는 질문은 본질적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정구현 사회부 부장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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