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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발음 못하던 입양아 춤으로 날다

자크 벤슨씨 생후 4개월에 입양
r 발음 꺼려 입밖에도 안꺼내
'말 필요 없는 댄스'에 빠져
방송 오디션 4위로 유명세
"실패는 변화를 위한 디딤돌"

생후 4개월 된 한국 아이가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회계사 가정에 입양됐다. 아이는 본인이 한인이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초등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꼬마는 어느 순간 아빠와 엄마는 술술 말하는 '알(r)' 발음이 유독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는 꼬마가 누운 침대에서 매일 1시간씩 r 발음을 가르치기도 했다. 꼬마는 주눅 들었다. 20대가 될 때까지 r이 들어간 단어는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성장통을 겪으며 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아이오와주 출신 한인 입양아의 성장기가 지역신문 디모인레지스터에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을 '디지털 노마드(세계 곳곳에 이주해 살면서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현대인)'라 지칭하는 자크 벤슨.

벤슨은 힙합댄스로 자신을 표현하는 비보이 춤꾼이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경험을 쌓고 춤으로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춤은 내게 자유를 준다"라고 말하는 그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베팅해라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말한다.

벤슨이 춤에 빠진 계기는 대학 때다. 한인 입양아라는 꼬리표를 의식해 주눅 들어 있던 그는 '내가 누구인지 표현하는 방법'으로 춤에 이끌렸다.

벤슨은 20대가 돼서도 r 발음이 안 되는 자신을 자책했다. 백인들이 주류인 아이오와주에서 살면서 자연스레 대화도 피했다. 우연히 힙합댄스를 접했고 말없이 표현하는 춤의 매력에 빠졌다. DVD와 유튜브를 보며 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7년 아이오와대학에서 열린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다. 여학생은 벤슨의 어눌한 말을 탓하는 대신 "네가 생각하는 그 마음이 다른 이에게 전달하면 된다"는 조언을 남겼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는 벤슨은 그때부터 r 발음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존감을 찾았다.

2008년 펠라 센트럴 칼리지를 졸업하며 "꿈을 좇고 싶다면 너의 모든 것을 쏟아라"는 교수의 격려에 힘도 얻었다. 그는 애틀랜타에서의 도시빈민구호 활동 고향 피트니스센터에서의 트레이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2010년 폭스 방송의 댄스 오디션 '유캔댄스'에 출연해 4위까지 올랐다. 춤을 향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LA의 댄스학원에 정식 등록했다. 뮤직비디오와 TV광고에 출현하며 자신만의 이력을 만들어 갔다.

이후 한국 대전 한 기독교 국제학교에서 청소년도 가르쳤다. 한국의 생모와 여자 친구도 만나 삶이 더 풍성해졌다.

자크 벤슨은 이제 단순한 춤꾼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한국과 필리핀에서 소셜미디어 홍보 전략가로도 활동한다.

지난 3월 지식강연 테드(www.youtube.com/watch?v=6aVNY8PIoFA)에도 출연한 그는 "꿈을 향한 과정에서 실패는 변화를 위한 디딤돌이다. 춤은 내게 자유를 주고 열정에 불을 지핀다"라며 자신의 행복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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