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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개인보다 가족이 행복한 미국

새해부터 큰 녀석의 뒤를 이어 둘째도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애비가 스포츠 기자인 탓에 그동안 야구·축구·농구·풋볼·수영·테니스·탁구 등 다양한 종목을 시켰는데, 제대로 하는 것은 아직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홈팀인 LA 킹스·맥도널드 햄버거의 공동후원으로 4~8세 아동에게 유니폼을 비롯한 모든 장비를 무료 제공하는 프로그램 덕분에 레슨을 시키게 됐다. 학창 시절 선수 출신인 코치진은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이뤄졌다.

한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겨울철 빙상 관련 운동을 시키게 된 것 또한 우연한 계기였다. 류현진 투수의 거주지이기도 한 다운타운 릿츠-칼튼 호텔&레지던트 27층서 열린 'LA 스포츠팀 챔피언스 라운지' 헌정식 취재를 갔다가 킹스의 공격수 안제 코피타르(30)를 만났다. 동유럽 슬로베니아(옛 유고연방) 출신으로 LA에 스탠리컵 우승을 두차례나 선사한 스타 플레이어로 그 인연 덕분에 아이들을 유소년 빙상 클래스에 넣게 된 것이다.



30년 가까운 언론 인생의 상당부분을 스포츠부에서 보내며 많은 경기를 경험했지만 아이스하키는 다른 종목과 분위기부터 다르다.

대부분 '잘사는 백인'으로 구성됐고 소수 인종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자피겨에만 아시안 수강생이 약간 눈에 띈다. 그래서 "남과 다르다"는 부모들의 자존심도 대단했다. 극성 엄마를 '하키 맘'으로 부르는 이유가 이해됐다.

얼음위에서 걷지도 못한채 쓰러지던 녀석이 3개월째부터는 스틱 다루기에 코너링까지 제법 능숙하게 구사한다. 어릴 때는 뭐든지 빨리 익히는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 있었더라면 과연 이런 시설에서 무료로 이런 수준의 경험이 가능할까'란 의문이 떠올랐다. 어떤 친구의 부인은 방학때 모국을 방문했더니 "아이들이 독수리 여권이라 XX엄마는 좋겠네요. 군대도 안 보내고 비싼 영어 과외 시킬 필요도 없고…"란 말을 들은뒤 미국서 어렵게 지내며 생긴 스트레스가 다소나마 해소됐단다.

얼마전 한인 학부모·학생의 명문대 열망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다. 적지않은 반응 가운데 지나친 학구열을 비정상으로 묘사한 대목과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한인학생의 상당수가 중퇴한다는 것에 대해 '이제 대부분 사라졌다'는 반론을 들었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네의 공립고교에서 최근 전교 1등(발레딕토리안) 한인 여학생이 UCLA에 입학하고 5위에 그친 또다른 한인은 하버드에 합격했다는 화제가 퍼졌다. 초등학교때부터 B 한번 받아본적 없이 올A로 깔고, 반평생 죽도록 공부하고도 고작(?) 인근 주립학교에 갔으며, 그러기위해서 자고 싶은 잠 안자고, 가고 싶은 여행 안 다니고 18년 인생 희생했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물론, 성적과 노력에 비해 아깝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이렇게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이런 저런 소리,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요소를 많이 듣게 되면 본인의 마음이 어떨까.

3000여개 대학 가운데 전국랭킹(US뉴스&월드 리포트 기준) 20위권내 명문대를 대상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학교를 나왔길래 그리도 쉽게 얘기하는지 의문이다.

이제 한인 학부모들도 자식의 진정한 관심사를 살펴 장점을 충족시켜주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왜 미국에 왔는가. 쓸데없는 일에 방해받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태평양을 건너지 않았는가. 개인보다 '가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미국생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 같다.

누군가 "왜 한국을 떠났나요"라고 물을 경우 그에 대한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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