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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7달러 발레 비용' 적절한가

발레(Valet).

사전에서 찾은 발레의 뜻은 '주차'가 아니었다. 손님이나 귀중한 사람을 위해 의복과 단장을 돕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attendant)으로 되어있다. 지금은 자동차 열쇠를 들고 여기저기 뛰면서 주차를 대신해주는 사람이나 행동을 일컫는 말로 일상화되었지만 실제 이 프랑스어의 근원은 누군가를 '케어(care)'한다는 의미였다.

집이나 업소, 행사장을 방문한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옷도 받아서 걸고, 우산, 신발 등도 잘 정리해 두며, 화장실, 연회장 등을 잘 안내하는 역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어의 근원만 보자면 중세 신분사회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책임', '봉사', '부지런함' 등이 연상된다고 하면 큰 과장은 아닐 듯하다.



발레는 북미로 넘어오면서 자동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서비스로 고정화되면서 호텔, 식당, 개인 파티 등 차가 있고 손님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필수'가 됐다.

당연히 발레는 비즈니스로 발돋움해 시와 카운티 정부의 규제 아래 많은 회사들이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요즘엔 '온디맨드 발레'를 표방해 도심지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부르면 자전거나 보드를 타고 나타나 차를 맡아서 주차해주는 서비스로도 진화됐다. 아마도 자율주행이나 무인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는 30~40년 후에는 발레라는 단어가 바뀌거나 소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도심지 수많은 비즈니스와 빌딩사이에서 발레는 또 한차례 진화를 겪고 있다. 바로 발레 회사들에게 건물주가 주차장을 임대하는 신종 비즈니스다.

건물주가 업소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주차를 돕기위해 돈을 주면서 데려온 발레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발레비용을 수익 모델로 삼아 영업을 하는 '주차 사업'이 된 것이다. 기존에 주차 대수가 많고 붐비는 몰에 건물주나 관리자들이 발레 회사들로부터 모종의 커미션을 받아가며 허용했던 서비스가 아예 주차장을 임대하는 사업 형태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제대로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취재 중 만난 한 발레회사 대표는 "뒷돈을 줘야하는 관례보다는 발레 회사들이 정식으로 시정부 허가도 받고 보험도 구입해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니 한차원 더 '양성화'된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지금 당장은 5~7달러의 발레가 부담스러울지 모르나 앞으로는 이런 트렌드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서비스는 개선됐을지 모르지만 고객의 주머니를 부담스럽게하는 '발레 비용'이다.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한인타운의 한 몰은 실제 지금도 7달러의 발레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발레회사 대표는 직원들을 정식 채용하고 상해보험과 주차장 임대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절한 가격이라는 셈법을 내놓는다.

하지만 업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7달러의 발레비용 부과가 무엇을 근거로 가능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급 호텔이나 테마공원 등에서 부과하는 액수가 미용실, 커피점, 바비큐 식당 몰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인데 사뭇 '오고 싶으면 7달러를 감당하라'는 무리한 자만감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발레 비즈니스 행태가 한인타운에 퍼지게되면 10달러 또는 15달러에 육박하는 발레비용이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잘 모신다는 뜻의 발레가 이젠 애물단지 주차요금으로 대변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가 씁쓸한 기분도 든다.

시정부의 과도한 세금 부과와 건물주의 과욕이 빚은 진화된, 아니 오히려 '기형화된' 발레 문화를 커뮤니티가 다시 돌아보고 고객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최인성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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