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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머물 곳 없는 이가 진짜 홈리스"

노숙자 사역 18년 방영자 목사

'신자 전원 노숙자' 산상보훈교회 이끌며 새 희망 심어줘
남편과 영육의 양식 제공…최근 '괜찮아! 잘 될꺼야' 출간
예배 보던 공원 닫자 인근 교회 장소 제공…"기적은 있다"


18년간 마약, 알코올 중독자, 홈리스를 위한 사역에 헌신한 방영자 목사(산상보훈교회)가 홈리스들과의 인연, 이들이 새 삶을 찾아가는 과정 등을 담은 책 '괜찮아! 잘 될꺼야(중앙 A&D 출간)'를 최근 출간했다.

남편 이충남 목사와 함께 오렌지 시에서 신자 전원이 홈리스인 산상보훈교회를 이끌고 있는 방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여느 이들과 다름없이 희로애락이 서려 있는 홈리스들의 삶을 가감없이 소개했다.

방 목사는 "우리와 똑같이 제각각 이름과 가족, 여러 사연과 추억을 간직한 채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홈리스'란 무감각한 명칭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이들을 끌어안고 모두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년 동안 준비했는데 막상 책으로 내고 보니 준비한 것의 3분의 1밖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 이 목사 부부는 1981년 미국에 왔고 2001년 함께 목사가 됐다. 신학대 2학년 때부터 홈리스와 인연을 맺은 방 목사 부부는 세상을 바꾸려면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 홈리스 사역을 시작했다.

사역은 오렌지 시의 '메리스 키친(Mary's Kitchen)'에서 시작됐다. 거의 매일 찾아가 홈리스들을 돕던 어느 날, 주말엔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방 목사 부부는 주말에도 식사를 준비해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주말에 주방시설을 개방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던 메리스 키친 측은 방 목사 부부가 사비를 들여 전기곤로를 마련해 몇 달간 빠짐없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주방을 내줬다.

1년 반이 지나자 한인교회 교인들과 웨스트올림픽 라이온스클럽 회원 등이 힘을 보탰다.

홈리스들은 방 목사 부부가 이끄는 산상보훈교회 신자가 됐다. 처음엔 헌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이젠 어떻게든 마련한 돈으로 헌금을 내는 이가 늘어가고 있다. 이충남 목사는 "언젠가 1년치를 모으니 300달러쯤 됐다. 그 헌금에 돈을 더 보태 일본의 쓰나미 피해자들에게 1000달러를 보냈다. 그 때, 홈리스들의 뿌듯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인들이 정성껏 마련해 제공하는 음식을 먹던 홈리스들은 자진해서 방 목사 부부를 돕고 마약중독자나 마약 딜러가 나타나면 경찰에 신고하는 등 서서히 변모했다.

방 목사는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망을 주고 구원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며 "훔리스들에게 '우리 모두 임시 거처에 사는 거다. 하늘나라에 갔을 때, 머물 곳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홈리스다'라고 말해요. 그러면 뭔가 깨닫는 표정을 짓곤 한다"고 말했다.

홈리스 중엔 마약, 알코올 중독자도 많다. 방 목사는 "1년 정도 교회에 나오면 거의 끊더라. 지금 우리 교회에 나오는 홈리스 중엔 10년 이상 출석하는 이가 절반쯤 된다"고 설명했다.

직업을 갖고 새 출발을 하거나 고향의 부모에게 간 이들도 꽤 있다. 반면, 죽거나 종적을 감춘 이들도 있다. '괜찮아! 잘 될꺼야'엔 이런 홈리스와의 인연과 그로 인한 기쁨과 슬픔이 상세히 소개된다. 방 목사는 "잘 풀린 이들에게 전화, 편지를 받으면 참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산상보훈교회는 오렌지 시의 셰퍼 파크에서 예배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큰 어려움을 맞았다. 공원이 공사로 폐쇄된 것이다. 방 목사 부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방 목사는 "당장 다음주면 거리로 나앉을 판인데 공원 근처 타인종 교회인 코베넌트 처치의 한 장로가 찾아왔다. 그가 '지난 2년간 당신들을 지켜봤다. 갈 곳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괜찮다면 우리 교회를 써도 좋다'고 제의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 목사 부부는 일요일마다 교인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맥도널드 상품권(5달러)도 준다. 어떤 홈리스는 이 상품권으로 4달러가 조금 넘는 음식을 사먹고 거스름돈을 남긴다고 한다. 일요일에 헌금을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힘이 닿을 때까지 홈리스 사역을 계속하겠다는 방 목사 부부는 '괜찮아! 잘 될꺼야'가 홈리스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꾸고 이들을 돕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방 목사는 "이 책은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이나 교회, 단체엔 권당 20달러 기부를 받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관련 문의는 전화(714-552-5919, 552-6222)로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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