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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계도 '생계형' 아닌 '자립형' 목사 나와야

[LA중앙일보] 발행 2019/01/29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9/01/28 19:42

목회자의 '이중 직업' 논란 (하)

1세대 중심으로 형성된 한인 교계
세대 변하며 이민 교회도 과도기에

이민 교회 존재성, 역할 변화 시점
목회자들도 미래에 대한 대비 절실

이미 목사 과정 및 배출 방식 변화
목회와 다른 직업 병행 보편적 흐름


미국 교계에서는 이미 목회자의 '이중 직업(Bi-Vocational)'에 대한 인식은 보편화돼있다. 그러나 미주 한인교계에서는 목회자가 사역 외에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교계에서는 "하루빨리 목회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면에는 점점 변화하는 교계 구조와 목회자의 생계적 어려움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서디나장로교회 이동우 목사는 미국장로교단(PCUSA) 소속이다. PCUSA에서 행정 업무 등을 맡아왔던 이 목사는 현재 미국내 각 교단이 미래를 대비해 목회자의 '이중직'을 얼마나 중요한 대비책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이동우 목사는 "미국 교계 목회자들은 교회가 생계를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할 경우 목회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교인들 역시 그런 부분을 합리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민 1세 중심으로 형성된 미주 한인교계는 앞으로 변화될 교계 구조에 대비해야 하는데 목회자의 이중직은 너무나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주 한인교계는 이민 1세대 중심의 교회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세대간 전승을 위해 2세 사역을 병행하는 교회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언어, 문화, 가치관 등의 차이는 크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는 "한인 1세대 중심의 이민 교회를 보면 소수의 중대형교회와 다수의 미자립 교회들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은 교회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넘어 이민 교회의 존재성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인 사회의 세대간 괴리는 커지고 있고, 기성 세대가 서서히 물러나는 시점에서 1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이민 교회 역시 곧 역할적으로나 존재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중대형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현재 교계 구조상 어느 정도까지는 생계가 보장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 미자립 교회들은 갈수록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할 경우 다수의 목회자가 향후 변화되는 교계 구조속에서 목회만으로 생계 유지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LA지역 한 교계 관계자는 "생계 유지가 힘든 경우를 제외하면 한인 교계에서 목사의 '이중직'은 아직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목회자가 교회 외의 일터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립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하고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아져서 생계형 목사가 아닌 '자립형 목사'로서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목회자의 '이중직' 개념은 앞으로 한인 교계에서도 보편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세대와 달리 이미 한인 2세들의 경우에는 목회자가 되는 과정이나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신학교 과정만 밟은 뒤 목사로서 한 길만 걷던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직업을 갖고 활동하다 뒤늦게 목회를 병행한다거나 목회를 하면서도 다른 전공을 선택해 일반 직업에 종사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준 최(회계사) 목사는 "주중에는 회계사로 활동하고 주말에는 미국교회에서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파트타임 목회를 하고 있다"며 "나에게는 목회만 특별한 소명이 아니라, 회계사라는 직업 역시 소명을 갖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경적으로 둘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목회자로 활동 중인 김모 대표는 "목사가 직업을 갖는 것을 세속적이거나 '물질(돈)'을 좇는 것처럼 보거나, 마치 소명을 잃은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도 있다"며 "목사라는 직분은 초월적인 자리나, 후원을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명에 따라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있는 직분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직 수용 이면에는 엄연히 안타까운 현실이 존재한다. 소수의 목회자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적은 소득(사례비)으로 열악한 생활을 살아간다.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통해 수입을 얻거나, 사모(아내)가 함께 맞벌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사례도 있다. 김모(51) 목사는 6년 전 동부 지역 한 중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이후 가주에서 개척 교회를 설립했지만 유지가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신학생, 젊은 목사일수록 미래의 목회적 모델을 생각한다면 이중직에 대해 매우 실질적인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솔직히 대형 교회에서 40대 중반이 되도록 청빙을 받지 못하면 목사로서 미래를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게 된다"며 "평소 목회 외에 해본 일이 없는데 갑자기 개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생계 때문에 우버(uber) 운전까지 해봤는데 그런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사회 경험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교회 안에서만 듣고 접했던 교인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목회적으로 '실패'라고 생각했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중직'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많은 준비를 통해 새로운 목회를 고민하며 도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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