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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LA서도 소송전

[LA중앙일보] 발행 2019/01/30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9/01/29 22:08

6년전 안모씨 폐섬유화증 사망
SK·애경·자연나라 등 소송

자연나라측 "우리 책임 아냐"
다른 피고 업체들 상대 소송
1심 기각…항소 허용에 원점


최근 한국을 뒤흔든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파동이 미주 지역으로까지 번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한인 유가족이 한국의 살균제 제조 기업은 물론이고 미주 지역 유통 및 판매사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업체들이 잇따라 법정 공방에 나서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1월13일 유가족이 LA수피리어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비롯됐다. 소장에 따르면 가주 지역에 거주했던 안모씨는 지난 2013년 2월11일 '특발성 폐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에 의해 사망했다. 이는 치명적인 간질성 폐질환으로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가족은 소장에서 "어머니는 그동안 살균제를 이용해 가습기를 청소해왔으며 해당 제품을 지난 2006~2012년까지 LA지역 김스전기에서 구입해왔다"며 "하지만 2008년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해 갈수록 건강 상태가 나빠지다가 결국 '특발성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고 사망에 이르렀고 어머니의 죽음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이 소송에서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 개발사 SK케미컬(현 SK디스커버리), 이를 판매한 애경산업, LA 지역에서 제품을 유통시킨 '자연나라(Jayone)', 판매 업체 김스전기 등을 대상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정 공방은 순식간에 업체끼리의 싸움으로 번졌다. 유가족의 소송이 시작된 지 11개월(2015년 12월2일)만에 파라마운트 지역 유통 업체 자연나라는 "이 사건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애경산업, 김스전기, 또 다른 유통 업체 우성 아메리카 등을 상대로 '공동 당사자 간의 소송(cross complaint)'을 제기했다. 2면 그래픽 참조

이번에는 한국 소재 판매 기업 애경산업이 자연나라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 "우리는 가주의 법정 관할권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소송에서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소환장 송달 각하신청(motion to quash service of summons)'을 요청(2016년 7월25일)했다.

당시 자연나라와 애경산업간의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애경산업 측은 "우리의 비즈니스 시장은 '한국'이었으며 가주 지역에 해당 제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한 적이 없으며 세금을 냈다거나 은행 계좌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심지어 제품을 광고한 적도 없다"며 "제3자를 통해 타지역에 제품이 판매된 것이기 때문에 이 소송에 우리가 포함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연나라 측은 "지난 2006년 애경산업 관계자들이 직접 가주 지역으로 와서 우리와 함께 김스전기 등을 돌며 해당 제품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둘러보기까지 했다"며 "애경산업과 주고받은 이메일, 구체적인 구입 내역 등도 있는데 가주의 판매 현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당시(2017년 3월17일) LA수피리어법원은 애경산업 측의 소환장 송달 각하 신청을 받아들이고, 자연나라 측의 소송을 기각시켰다. 법원은 "애경산업이 가주에서 직접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안모씨)가 6년간 구입해왔던 살균제가 꼭 애경산업을 통해서만 운송된 제품이라고 확정짓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자연나라 측은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2017년 5월16일)했다. 항소법원은 이와 관련 ▶애경산업이 가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얻으려 했는지에 대한 의도 여부 ▶가주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이슈와 피해자 사망 원인에 대한 애경산업과의 관련성 ▶애경산업을 이번 소송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공정성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집중 검토했다.

결국 지난 22일 가주항소법원 제2지구는 "한국 소재 애경산업은 가주 법원의 특정 관할권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 측은 "법원은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요즘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 사회에서 한국 소재 애경산업이 다른 국가에서 제기된 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크나큰 부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미주 지역에서의 항소심 관련 내용은 애경산업의 사업보고서에도 명시돼 있다.

애경산업 측은 사업보고서(제33기)에서 "현 시점에서는 소송결과 및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며 "회사 경영 및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주 지역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업체들 간의 책임 회피로 잠시 잠잠했다가 다시 원점에서 법정 공방이 재개됐다. 관련 소송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3월8일 LA수피리어코트에서 진행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한국검찰은 지난 15일(한국시간) SK케미컬과 애경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이 최초로 드러난 이후(2011년 8월31일) 8년 만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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