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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에 모욕감 느껴" 가해자에게 속마음 털어놓아라

언어폭력 피해 줄이려면

언어폭력은 가정이나 학교.직장, 거리에서 자주 벌어진다. 일상생활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상대방의 말이 화살로 날아와 마음을 때린다. 갑을관계를 악용한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언어폭력의 피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흔히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지만 적어도 언어폭력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역효과를 불러와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가해자의 성격을 바꾸거나 역겨운 상황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신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대화나 일상생활에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느 정도 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제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3초 기다려 감정을 살피자

언어폭력을 받게 되면 모욕감.수치심.모멸감.분노 등 참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3초간 기다리라고 말한다. 감정에 이끌려 섣불리 대응하면 변명이 되기 쉽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3초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순간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구나' '내가 모욕감을 느끼고 있구나'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얘기를 다 듣고 나면 상대가 왜 화가 났는지, 말의 이면에 담긴 의미도 읽을 수 있다. 언어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정을 말하되 '너'를 '나'로 바꾼다

일단 감정에 상처를 받게 되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싫다'고 알리는 것이다. 가해자는 정작 본인의 언행이 언어폭력이란 걸 모를 수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감정 표현을 하는 게 서투르거나 격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어폭력의 피해는 사실을 표출하지 않고 끙끙 앓는 데서 시작한다. 이럴 경우 의사전달 방식이 중요하다. 우선 가해자와 단 둘이 있을 때 얘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공개적인 자리나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말하는 방식은 '나'를 주체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를 '아이 메시지(I-mess age) 화법'이라고 한다. '나는 당신이 그렇게 하는 말이 상처가 된다'고 말하는 식이다. 직접 따지는 것보다 쿨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는 가해자에게도 필요한 항목이다. '너는 왜 그 모양이야'라고 하기보다 '나는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화법이 필요하다. 특히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가 꼭 지켜야 할 부분이다.

감정노트 작성 습관을 갖자

감정을 메모해 두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하루 일과 중 감정의 변화를 당시의 상황, 대화 내용과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 준다. 의외로 내 기분이 정확히 왜 나빠진 건지, 저 사람을 보면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잘 판단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렇게 상황과 감정을 기록한 것을 감정노트, 혹은 '메타무드 노트'라고 한다. '메타무드'란 행동하기 전에 한걸음 떨어져서 현재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전문가 상담도 기분이 상하는 이유를 구체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메타무드 노트를 작성하다 보면 각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 변화를 세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유사한 상황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보다 이성적.객관적으로 대응하기 쉬워진다.

'무조건 내 편'을 만든다

언어폭력을 당할 때 또 중요한 것이 바로 '내 편'이다. 상처받은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다. 말로 받은 상처가 가슴속에 쌓여 곪는 것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언어폭력이 발생하는 곳은 가정.학교.직장 등 다양하다. 누구나 언어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족, 친구, 동료 중 내 편이 한 명만 있어도 심리적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그만큼 '내 편'이라는 존재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어폭력 피해자를 위로하려면 공감이 첫째다. 보통 주위 사람이 고민을 토로하면 해결 중심으로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내 편이어도 대안부터 제시하는 사람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처를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다.

나에게만 그러는지 가려내라

가해자가 언어폭력을 일삼는 대상이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괜한 일에 감정을 소비하고 있을 수 있어서다. 상대가 유독 나에게만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도 언어폭력을 가하는지 가려내는 것이다. 내 문제인지, 상대의 문제인지 구분하는 작업이다. 만약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한다면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고,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언어폭력의 피해가 커지는 원인은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난 항상 피해자' 인식 바꾸자

언어폭력의 피해자는 '나는 항상 피해자'라는 인식에 갇히기 쉽다.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내가 원인을 제공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탓이라고 자책하는 것과는 다르다. 언어폭력은 감정에 대한 과민반응이다. 원인을 인정하면 상대방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다른 상대에게 나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경계하는 것이다.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가해자가 돼 제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대물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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